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세계 대부분 교육 현장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잘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까닭에는 집중력과 끈기, 열의 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은 가운데 최근 시스템의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부르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리처드 리브스는 《소년과 남자(Of Boys and Men)》 저서를 펴냈다. 그는 “학교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이 저조하며 미래 직업 전망도 밝지 못하다. 고쳐야 할 것은 남학생이 아니라 시스템이다”라고 주장했다.
남녀 학생 간 학력 격차는 세계 각국의 교육 현안 중 하나다. 남학생의 학교 성적이 저조할 뿐 아니라 대학 입학의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 학문 분야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능가하고 있으며, 세계 전역 대학에서 남학생이 주도하는 학문 분야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학사 학위의 57%는 여성에게 수여된다.
미국의 대부분 교육구에서 여학생은 영어 과목에서 남학생보다 한 학년 앞서있다. 저소득층 교육구에서 여학생은 영어와 수학 과목 모두 한 학년 앞선다. 내신 성적 기준 상위 10%는 여학생이 3분의 2를 차지하며, 하위 10%의 3분의 2는 남학생이다.
직장에서는 남성들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여성의 삶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지만, 소년과 남성 특히 불리한 배경을 가진 흑인 소년과 남성의 전망은 더욱 밝지 못하다. 리브스에 따르면, 여성의 임금은 상당히 상승했지만 대부분 남성 임금은 1979년 당시보다 낮다. 그는 “아버지 5명 중 1명은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살인이나 강간은 물론 온라인 학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사회적 병폐가 남성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 만연하다. 남성은 폭력적이고 위험하다고 간주된다. 리처드 리브스는 ”남성은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라고 주장했다.
리브스는 K-12 학교에서 남학생의 23%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학생 4명 중 1명꼴로 진단을 받는 셈이다.
리브스는 교육매체 에듀토피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 시스템은 여성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령 남학생들은 숙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숙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한다. 결국 수업시간에 배제되고 행동장애 진단을 받기 쉬워진다. 다만, SAT와 ACT와 같은 표준화된 시험에서는 성별 격차가 크지 않다. 이를 두고 리버스는 지능에는 차이가 없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학교의 첫 수업이 일찍 시작하는 점도 특히 남학생에게 적합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더 활동적이고 가만히 앉아 집중하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학교는 신체적이고 규칙적인 움직임, 휴식시간을 줄인다. 결국 남학생들은 ADHD 진단을 받기 쉽다.
리브스는 “같은 5세 무렵에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학교에 갈 준비가 됐을 가능성이 14% 더 높다. 이는 인종격차를 비롯해 어떤 차이보다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남녀 발달 차이를 확인하면, 뇌의 전두엽 피질은 여학생이 앞서 진행된다. 그는 “여학생의 뇌가 1년 일찍 발달한다. 오히려 남학생은 한 살 어린 여학생과 수업하는 쪽이 발달적으로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두뇌 발달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연령에 공부를 한다면 남학생은 항상 뒤처지게 될 뿐이라는 것. 그는 “결국 많은 소년이 학교를 1년 더 다닌다. 흑인 남학생 4명 중 1명은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녔다. 많은 남학생이 교육 시스템에서 지체된다”라고 덧붙였다.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는 남성 교사의 부족이다. 미국 K-12 교사직의 24%는 남성이다.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1명만 남성, 유치원 교사의 약 3%만 남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학술지 《에듀케이션 넥스트》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성별의 교사에게 배워야 성적이 향상된다. 스와드모어대학 토마스 디 교수는 “여성 교사에게 배우는 남학생의 수업태도는 산만했지만, 여학생은 차분하고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남성 교사에게 배우는 여학생은 수업시간에 질문하기를 꺼려했다”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리브스는 “여학생이 STEM 과목을 공부하고 전공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수여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정작 남학생이 적은 분야에 남학생을 위한 혜택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교육기관이 학생을 평가하고 판단하기 위해 여성의 기준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남학생이 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교에서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고 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