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요인과 민족성이 자폐증 진단을 받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자폐증 진단에서도 명백한 불평등이 발견됐다며 해당 연구결과를 학술지 《랜싯 아동&청소년 건강》에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동기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 언어적 및 비언어적 의사소통 장애, 상동적인 행동, 관심이 특징인 질환이다. 눈을 맞추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이 적절하지 않거나 빈도가 적고 발달 수준에 적합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며 구어발달이 지연돼 대화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정된 관심사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반복적인 운동 양상을 보인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영국의 공립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1~18세의 정보를 수집하는 연간학교인구조사(SLASC) 데이터를 분석했고 흑인 및 다른 소수민족이 자폐증으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2014~2017년 3,200만 명 학생 중 10만2,000명 이상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4년간 234명 중 1명꼴로 자폐증 진단을 받은 셈이다. 연령대로 보면 1~3세, 4~6세, 10~12세에 자폐증 발생률이 높았으며 남자아이의 자폐증 발병률은 여자아이의 3.9배였다. 소수민족과 흑인 아동에게서 자폐증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아시아 및 흑인, 중국인 여자아이가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백인 여자아이보다 자폐증 발병률이 낮았다. 연구진은 무상급식 자격 여부와 모국어, 성별, 민족성이 자폐증 진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자폐증 발병은 성별, 연령 등에 따라 다양하지만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민족성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자폐증 진단 서비스와 자폐증 특화 교육, 건강 계획에 대한 접근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목할만한 점은 새로운 자폐증 환자가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었다는 것이다. 자폐증 진단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사우스이스트잉글랜드였다. 이 지역에 소속된 주에는 버크셔주, 버킹엄셔주, 이스트서식스주, 햄프셔주, 켄트주, 서리주, 옥스퍼드셔주 등이 있다. 웨스트미들랜드와 이스트미들랜드가 그 뒤를 바짝 쫒았다.
자폐 진단이 가장 많이 나온 임상위탁그룹은 로더햄NHS재단으로 평균보다 높은 46%였다. NHS헤이우드, 미들턴 및 로치데일은 39%, NHS리버풀은 37%로 평균보다 높은 진단률을 보였다. 이는 진단 확률에 대한 의료 서비스 효과를 나타낸다.
이 결과는 또한 흑인 및 소수민족 등 인종적으로 다양하며 빈곤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무상급식 자격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덜 빈곤한 지역의 학생들보다 자폐증을 진단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안드레스 로만 우레스타라즈 박사는 "자폐증 진단은 흑인과 소수민족 집단에서 더 흔하다. 지역 내 의료서비스의 성격뿐 아니라 민족성 등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폐증 진단의 차이가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의료보건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연구진은 소외계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원이자 런던정치경제대학의 로빈 밴 케셀 박사는 "사회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결합해 자폐증 진단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지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수민족 출신 아이들이 또래보다 자폐증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