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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전문가 대신 '키 60cm 로봇'에게 속마음 털어놔

김성은 2022-11-10 00:00:00

아이는 부모나 정신건강 전문가보다 로봇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출처=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아이는 부모나 정신건강 전문가보다 로봇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출처=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아이들의 심리상담은 정신건강 성인 전문가보다 로봇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낯선 성인과 자신의 감정엘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타인의 직접적인 교류 없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할 방법은 없을까?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이와 같은 가설에서 시작해 어린이의 정신건강 측면에서 로봇의 효과를 시험했다. 8~13세 연령대의 아동 28명과 부모 또는 보호자가 참여해 아동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후 아동은 60cm 높이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45분을 보냈다.

로봇은 참가한 아동에게 지난 한 주 동안 느꼈던 행복한 기억과 슬픈 기억에 관한 개발형 질문을 하고 기분, 불안, 우울증과 관련해 답변을 들었다. 보호자와 연구진은 개별 공간에서 로봇과 아동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아동은 자신의 감정을 로봇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컸다. 연구진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아동은 설문조사에 명시한 것보다 더 부정적인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는 왜 로봇에게 속마음을 드러낼까?

자폐증 재활 클리닉에도 활용된 휴머노이드 로봇 icub [출처=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자폐증 재활 클리닉에도 활용된 휴머노이드 로봇 icub [출처=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장난감이나 상상의 친구를 둔 사람이라면 부끄러움 없이 대화할 수 있다. 아이는 부모나 정신건강 전문가보다 로봇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행동과학자 겸 네올스(Neolth)의 CEO 캐서린 그릴 박사는 “모든 어린이가 애착 상태가 확고한 것은 아니다. 즉, 모든 어린이가 보호자에게 안전한 유대관계를 느끼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며 “애착관계가 확고하지 않은 어린이는 때로 상상의 친구, 반려동물, 장난감 같은 존재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로봇은 어린이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로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착 상태가 확고한 경우에도 로봇의 효과는 크다. 라이트하우스치료놀이센터의 미미 라이언스 수석 치료사는 “로봇은 편안하게 그 어떤 것도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는 편견 없는 대상이 된다.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전문가의 도움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린이는 낯선 어른에게 속마음을 편안히 털어놓기 힘들다. 클라크대학의 심리학과 아론 해덕 박사는 “자신과 같은 크기의 로봇에는 부담을 느끼지 않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과 함께하는 공간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아이는 로봇과 신뢰관계를 쌓는다 [출처=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아이는 로봇과 신뢰관계를 쌓는다 [출처=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그럼에도 연구진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인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해덕 박사는 “기술 기반 서비스는 결국 인간과의 교감을 대체하지 못한다. 환자와 전문가의 관계가 긍정적 치료 결과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로봇 상담가는 의료진의 업무량과 번아웃을 감소시킬 수 있다. 2012년 이뤄진 평가에 따르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21~67%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 연구진은 전문가들이 아동의 문제를 쉽고 효율적으로 평가하는 데 로봇이 도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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