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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주민 맞춤' 덴버 차터스쿨 개교 3년만 문 닫을 위기

김성은 2022-11-09 00:00:00

원주민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모델을 제시했던 덴버 차터스쿨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원주민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모델을 제시했던 덴버 차터스쿨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원주민 교육에 초점을 맞춘 콜로라도주 덴버의 차터스쿨이 폐교 위기에 처했다.

2020년 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AIAD)는 이곳 지역에서 가장 소외됐던 원주민 학생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학생들이 원주민 문화와 역사를 배울 기회가 됐지만, 현재 이 학교의 상황은 심각해서 덴버 공립학교 교육구는 이례적으로 학교 허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는 학생 등록률이 현저히 낮고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다. 원주민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모델을 제시했지만, 운영은 힘든 상태다.

덴버 통합교육구의 전략 책임자 그랜트 가이어는 “이 학교의 방향을 지지한다. 다만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문적인 측면에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는 학생 등록률이 현저히 낮고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다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는 학생 등록률이 현저히 낮고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다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지난달 열린 학교 이사회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은 학교의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 설립자 테리 비소넷은 “학교는 지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는 이 지역 교육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학교는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교과목을 중점적으로 다루되 원주민 특성을 살릴 계획이었다. 학교는 2020년 가을 원격수업으로 문을 열었다. 설립자 테리 비소넷은 “원격수업으로 진행하던 2020년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지난해 학생들이 등교를 하게 되자 크고 작은 불만이 생겨났다”라고 말했다.

원주민 맞춤 체험 학습을 진행했다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원주민 맞춤 체험 학습을 진행했다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지난 2년간 덴버 통합교육구는 주의요망 통지서를 4차례 학교에 발행했다. 가장 최근 통지서는 10월 중순 발행된 것으로 학생수와 자금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10월 기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수는 134명에 불과하다. 예상 학생수의 절반 정도이며 자금은 82만 달러가 부족했다. 학교에서는 필요한 직원을 고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교육구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이 외에도 문제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낮았다. 지난 봄에 열린 국가시험결과 수학 과목에서 기준점수 이상을 받은 학생은 1%에 불과했고 읽기 과목에서 기준점수 이상을 받은 경우는 14%였다.

둘째, 전반적인 참여가 낮고 공격적인 행동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현장방문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절반가량만 꾸준히 학습에 참여하고 있으며 20% 이상은 머리를 숙이거나 잠을 자고 있고 교사가 강의하는 동안 헤드폰을 끼고 있거나 부차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셋째, 많은 학생이 전학을 갔다. 지난해에는 전체 학생의 20%에 가까운 28명이 중퇴했다. 심리학자나 사회복지사 등 정신보건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면허를 갖춘 특수교육 직원과 전문직 종사자들의 높은 이직률로 인해 학생들은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학교는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 조달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금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회성 보조금이라는 점이다.

원주민 맞춤 체험 학습을 진행한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원주민 맞춤 체험 학습을 진행한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출처=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

학교 계약은 2024년 6월 30일까지 유효하지만, 교육구는 재정 부실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학기 말에 학교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최근 통지서에 따르면, 학교가 2023년 1월까지 42만8,000달러를 모금하지 않는 이상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지난 5년간 덴버에 있는 차터스쿨 12곳은 문을 닫았고 스트레이트 프렙 레이크 중학교는 올해 말 문을 닫을 예정이다.

학교가 폐교할 위기에 처하자 학생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댄디 카브레라 곤잘레스 학생은 학교 이사회에서 “내가 평생 본 학교 중 최고다. 이곳에서 원주민 언어 나바호어를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인디언보호구역인 서던 우트 출신의 나바호족 크리스티나 잘디바르는 7학년 아들이 헤어스타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덴버 아메리칸인디언아카데미에서는 달랐다. 친구들 모두 헤어스타일이나 외모가 비슷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안전하고 사랑받는다고만 느꼈다는 것.

덴버의 한 학교에서 14년간 교사 생활을 한 레이첼 바흐만 교장은 “원주민 역사가 교육과정에 반영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콜로라도의 포트루이스대학 제니 트루히요 학장은 “교육자가 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감을 길러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민족 유산을 기념하고 자부심을 느낄 필요가 있다. 민족 정체성이 생기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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