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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 도리어 학업성취도 격차 키워

김성은 2022-11-08 00:00:00

레드디어고등학교 교사 패트리샤 슈마커는 수업시간에 숙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추천했다 [출처=레드디어고등학교]
레드디어고등학교 교사 패트리샤 슈마커는 수업시간에 숙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추천했다 [출처=레드디어고등학교]

대표적인 자기주도학습 숙제가 오히려 학업성취도 불균형을 낳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숙제는 학생들의 학습책임감과 자기관리 능력 등 좋은 학습 태도를 길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된 수업시간을 보완해 학교 수업의 질을 높여주며 학업성취도 향상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디애나대학 사회학과 부교수이자 교육 및 가정의 불평등 전문가 제시카 칼라코는 지난 5일 교육매체 The74에 숙제와 불평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최근 제시카 칼라코는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 수학교육과 교수 일리나 혼과 함께 교사와 학생, 학부모 인터뷰 및 학생 성적표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가정의 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숙제 완성도는 크게 차이가 났다. ‘지나’란 아이의 엄마는 교육에 적극적이다. 매일 숙제 시간을 챙기고 꼼꼼히 했는지 확인하고 틀린 부분은 점검한다. 반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제시’의 엄마는 숙제를 봐줄 여력이 없다. 제시의 엄마는 “나도 학교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주의력 결핍과 행동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제시의 엄마는 7학년이 됐을 때 대안학교로 옮길 수밖에 없었고 학업 대신 잔업을 해야 했다.

지나의 부모가 결혼을 해서 중산층 동네에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제시의 엄마는 결혼하지 않았으며 이동식 주택커뮤니티에 집을 임대했다. 10대에 제시를 낳았고 제시와 남동생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혼자 키워냈다. 제시와 남동생은 무상급식 대상자에 속한다.

칼라코 박사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점수를 매길 때 사회적·경제적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칼라코 박사와 혼 교수가 관찰한 학교에서는 격차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불평등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보였다. 저소득층 가정은 아이 숙제를 지원하는 일이 적었다. 아이가 숙제를 전부 끝내지 못하고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부모가 서명하지 못하는 사례도 다수였다.

칼라코 박사는 “학생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자원이 다르다는 것을 교사가 인식하면서도 혼자서 끝내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숙제를 내준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숙제를 완성한 학생들에게 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가령 7학년을 담당한 교사는 모든 숙제에 대한 답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한다. 아이들은 숙제를 한 뒤 답안을 살펴보고 스스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한지 알아내야 한다. 교사는 “숙제를 검토하고 부족한 점을 확인하는 작업은 더 높은 성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부모에게 아이들과 숙제를 확인하고 잘 모르는 점은 교실에서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숙제를 확인하느라 수업시간 일부를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출처=PEXELS]
[출처=PEXELS]

문제는 숙제의 이러한 장점과 혜택이 일률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에서는 고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보다 숙제를 통해 더 큰 성취감을 얻고 있었다. 이러한 관계는 미국과 네덜란드 모두에서 발견됐다.

학술지 《사회계층화와 이동성에 관한 연구(Research in Social Stratification and Mobility)》에 따르면, 고소득층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서 숙제로 더 많은 지식을 얻었고 특히 이 차이는 과학과 읽기 과목보다 수학 과목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숙제 양이 많아질수록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 과학, 읽기의 사회경제적 성취 격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경제학리뷰(Economics of Education Review)》에 실린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결과도 비슷하다. 초등학생에게 네덜란드어 자료 및 숙제를 내준 학급이 숙제가 전혀 없었던 학급보다 시험 점수 차이가 더 벌어졌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학생은 숙제가 있을 때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반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학생은 숙제의 긍정적 영향을 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숙제 도움을 적게 받는다. 숙제는 기존의 불평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는 숙제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불균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숙제 자체의 난도가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부모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아이를 도와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학원을 추가로 다니거나 방과후 교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 대신 숙제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일리나 혼 교수는 “학생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숙제를 적정량 내주고 학생 개개인의 숙제에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평가해 점수만 주는 것보다 개별 지도 및 오류 확인을 통해 피드백을 적절히 제공해야 학업 발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레드디어고등학교 수학 교사 패트리샤 슈마커는 수업 시간에 숙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수업 초반에 교사의 강의가 진행되고 마지막 20~25분을 학생들이 문제를 풀게 하는 식이다. 그는 “학생들이 집에서 혼자 헤매던 것과 달리 이제는 도움이 필요하면 반 친구들이나 교사에게 직접 질문한다. 학생들의 피곤함은 줄어들고 교사는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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