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으로 어지럽혀진 실내,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옷가지. 손 씻기도, 방 정리도, 숙제도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다. 거기다 이 모든 소행을 저지른 아이가 당신의 지시에 귀 기울이지 않고 딴청만 피우고 있다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얼굴이 찌푸려지고, 아이를 찾는 눈길은 거칠어진다. 참으려고 애는 쓰지만,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아, 오늘도 시작이다. 어쩌면, 이것은 당신의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당신의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 다트머스대 정신과의 제임스 그림블랫 교수는 신경다양성 아동의 특성을 자칫 나쁜 행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자연스런 특성인 만큼 야단치기보다는 이해하고 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림블랫 교수는 "당신의 아이는 고의적으로 당신을 무시하거나, 공격적이거나, 게으르거나 혹은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신경다양성 아동의 특성을 나쁜 행동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의도적인 '나쁜 행동'과 신경다양성 행동을 구분해서 불필요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이의 '나쁜 행동'과 '좋은 행동'을 현명하게 구별하기 위해, 그림블랫 교수의 충고를 좀 더 귀담아 들어보자.
행동요법을 위한 '전략'
그림블랫 교수는 행동요법을 추천한다. 수 많은 연구에서 '전략'이야말로 부모가 신경다양성을 지닌 아이를 대하는 좋은 방식이라는 것. 그것이 미국 소아과학회(AAP)가 신경다양성 아동의 부모나 교사에게 행동요법을 권장하는 이유이며, 실제로 AAP는 오직 행동요법이 효과가 없을 때에만 약물 치료를 권장한다.
전략 1. 스스로를 믿어라
당신 스스로가 아이의 최고 전문가라는 사실을 믿을 것. 교사, 친구, 친척 혹은 의사가 아니라 당신이야말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다. 당신의 아이는 태어난 이후 줄곧 당신과 살아왔다. 이제 숨겨진 아이의 잠재력, 에너지, 열정, 호기심과 창의력을 좀 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찾아내보자.
행동 관리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가장 좋은 접근 방식을 결정하는 것 또한 부모인 당신이다.
전략 2. 신경다양성은 '나쁜 행동'이 아니야
당신의 아이는 결코 고의적으로 불복종하거나, 흩어지거나, 요구하거나, 불쾌하거나, 공격적이거나, 게으르지 않다. 신경다양성은 "행동 문제"나 "훈육 문제"가 아니다. 신경다양성은 뇌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신경학적, 유전적, 영양학적, 환경적 의학적 다름에 불과하다.
명심하라. 당신의 아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물론 당신도 나쁜 부모가 아니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책임은 아무에게도 없다. 그러므로 자녀의 실수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어서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전략 3. '좋은 행동'을 위한 보상
수 많은 신경다양성 아동들이 숱한 제재와 벌을 받으면서 비뚤어진다. 나쁜 행동에 대한 벌을 주기 보다는 좋은 행동에 대한 보상이 훨씬 효과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신경다양성 아동들은 신경전형 아동들보다 보상과 긍정적인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전략 4. 비난 게임을 피하라
나쁜 행동을 지적하고, 분석하여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것-비난 게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때로 이런 비난 게임은 오히려 신경다양성 증상을 악화시키도 한다.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지원으로 7세~11세 사이 신경다양성 아동이 있는 515가구에서 3년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비난 게임을 지속한 가정의 아동들이 증상이 더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명심하라. 가혹하고 부정적인 지적은 아이의 신경다양성 증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림블랫 교수는 오랫동안 신경다양성 아동을 양육한 부모들이 지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지치고, 스트레스가 샇인 부모는 자칫 아이를 너무 심하게 다그칠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그림블랫 교수는 독특한 'SAIL' 대처법을 제안한다.
S는 '증상(symptom)'이다. 아동의 다양한 증상들은 증상으로 받아들일 것. 다시 말하지만 아이의 자연스런 신경다양성 증상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A는 '그 다음(after)'이다. 당황스런 아이의 행동을 겪고 나면, 그 다음에는 스스로에게 말하라. 아이는 나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의학적인 증상이다. 아이가 바람직하고 예의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I는 '그것(it)은 괜찮아'이다. 아이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명심하라. 당신과 당신 아이의 인생은 길다. 그 시간 속에서 행동을 교정할 시간 또한 얼마든지 있다.
L은 '듣기(listen)'이다. 항상 듣는 것을 멈추지 말라. 아이에게도, 아이의 주변에게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언제나 존재한다.
혼자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는 부모가 필요로 하는 정확한 정보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들어보라. 아동은 부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통찰력을 포함하여 뛰어난 재능을 더러 가지고 있다. 아이의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활용한다면, 아이는 당신을 훌륭하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