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물가상승률 94.9%" 등교 못 하고 굶주리는 아이들

스리랑카 아동들의 영양실조가 급증하고 있다. 학교 보낼 돈이 없어 결석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스리랑카 물가상승률이 94.9%로 치솟으면서 많은 가정이 경제위기 직격탄을 겪고 있다 콜롬보 중심가에 있는 한 주립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기절하는 것이 더이상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교육비나 음식을 살 돈이 부족하고 학비를 감당할 수 없자 등교하는 날이 도리어 특별한 날이 됐다. 이곳 아이들에게 생선과 우유, 닭고기는 먼 추억이 됐다. 쌀과 렌틸콩, 코코넛을 갈아서 만든 음식을 하루 한번 겨우 먹을 수 있다. 

교사 산다레누 아마라시리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고기, 달걀, 우유를 살 여유가 없다”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교통비와 교복, 신발을 사지 못해 학교를 결석하는 아이도 많다”고 말했다. 아마라시리가 근무하는 학교는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식재료 가격이 높은 탓에 학교에서도 무료 급식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치 부패와 코로나1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스리랑카 경제 상황은 2022년 초부터 급격히 악화됐다. 식량이나 연료, 의약품을 수입할 외화가 바닥을 드러내자 식량부족, 정전, 학교폐쇄가 이어졌다.

이러한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는 아이들이다. 콜롬보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9월 식품물가상승률이 94.9%를 기록하는 등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부모들이 쌀은 물론 육류와 달걀, 채소를 살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의 90%가 국가 지원금에 의존하면서 스리랑카 전역에서는 어린이 영양실조가 급증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유니세프의 남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조지 라리아-아제이는 “다음 식사를 언제 할 수 있을지 기대할 수 없다. 아이들은 배고픔에 지쳐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콜롬보에서 약 20마일 떨어진 야칼라의 마하비타 마을도 상황이 좋지 않다. 15세 아들을 둔 미혼모 와산티 제니퍼(43세)는 매일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다음 날 입을 수 있도록 옷을 빨래한다. 지난주에는 신발이 찢어져서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아이에게 새 신발을 사주기 위해 동네 주민에게 돈을 빌려야 했는데, 대출금 4,000루피(6만9,000원)는 작년 신발 가격의 2배 이상이다.

스리랑카 북부 빈곤 지역에서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먹일 수 없게 되자 보호소에 맡기기 시작했다. 아동보호 관계자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이 심각할 수 있으며, 문맹률 또한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국제협력단 ODA 연구·정보센터에서 펴낸 보고서 따르면 스리랑카는 무상교육을 시행하면서 초중등 교육 높은 취학률과 성인 문해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초중등학교 취학률이 2017년 기준 98%, 중학교 졸업률이 95%에 달했다. 2017년 기준 청소년 문해율이 99%, 성인 문해율 92%로 주변국가 대비 높지만, 이번 경제위기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문해률 또한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