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학과 성취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최대 규모 교육 자선단체인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은 향후 4년간 K-12 수학 이니셔티브에 11억 달러(1조 5,796억‘의 기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19일 발표했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투자는 특히 흑인, 라틴계 및 저소득계층 학생의 수학 성취도를 우선시하는 10년 장기 전략의 시작을 알린다.
재단의 수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여러 교과목 중에서도 수학이 중요하다는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재단은 K-12 수학에 사용되는 예산 40%를 2026년까지 10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의 밥 휴즈 이사는 “수학은 학생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용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학생이 자질 있는 수학 교사, 고급 강의, 양질의 커리큘럼, 수학을 익히고 즐기는 데 필요한 가정교습이나 기타 자원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내년 시작될 새로운 프로그램은 수학 성취도가 불균등한 흑인, 라틴계, 저소득층 학생 수가 많은 주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 텍사스주가 포함된다.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수학 점수가 크게 하락했다. 20년간 성장한 교육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인종 간 격차가 악화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결국 학생들의 경제적, 사회적 이동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1학년부터 9학년까지 대수학을 공부한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높은 급여를 받을 확률이 두 배가량 높았다.
재단의 전략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과 교사 양성에 자금 지원, 그리고 문화적·사회적으로 관련된 커리큘럼과 자료, 연구 준비 등이 포함된다. 학부모들은 재단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이 삶에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길 원한다고 요청했다. 게이츠 재단은 이와 관련해 고등학교 과정에서의 응용통계학과 데이터과학 관련 수학, 정치적 여론조사와 팬데믹 도중 보건 위험 평가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의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보다 실생활에 응용 가능한 수학을 알려주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수학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대안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게이트 재단과 이미 파트너십을 체결한 교육구는 지역사회 구성원과 직원들이 전통적인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재정적 장벽 없이 허가받을 수 있는 거주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볼티모어에서는 수석 교사와 초임 교사들이 짝을 이뤄 대수학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들은 이번 이니셔티브가 평가 개선이나 전문성 개발 등 다른 과목에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즈 이사는 “모든 학생이 수학을 잘 하는 강의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이니셔티브가 그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자금 지원이 2026년 예산 책정 주기에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단 측이 인문학 자금 확보를 위해 다른 자선단체와 함께 협업하고 있지만, 현재 재정적 자원 우선순위는 영어 교육에서 수학 교육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학 교육에 투자하는 금액 11억 달러는 최근 이뤄진 교사 효율성을 위한 자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현재 재단에서 논란이 되는 커먼 코어(Common Core) 투자의 4배에 달한다. 휴즈 이사는 모든 지역구가 각기 다른 자산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커리큘럼을 채택할 때 우선 고려하는 사항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수학 이니셔티브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단은 여러 유형의 학생들에게 뛰어난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는 등 효과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