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경다양성] 고기능 자폐 여성이 드문 이유

자폐 연구가 지나치게 남자아이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롯되면서 여자아이의 자폐 진단이 크게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능이나 언어에 큰 문제가 없는 고기능 자폐의 경우 더욱 진단을 받기 힘들었다. 

편견으로 인해 남성 중심의 진단 기준이 개발되었고, 여아에게 자폐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었다. 선구적인 정신과 의사인 스베니 콥은 19세기 초에 이러한 편견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회는 왜 '고기능' 자폐 여아가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여자아이들이 자폐증에 걸리려면 더 심각한 지적 장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코프는 이를 격렬하게 거부했다. '걸 프로젝트'로 알려진 그의 획기적인 연구는 많은 자폐 여성들이 소속감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자폐증을 가진 소녀와 여성은 사회적 기대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연마한 기술로 자신의 사회적 어려움을 감추는 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면은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종종 심각한 정서적 피로와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자아이는 자라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갈등과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었고, 제 역할은 우정에서 수동적인 참여자로 축소된다. 

성인이 된 고기능 자폐 여성들은 종종 눈에 잘 띄지 않게 숨어 지내곤 한다. 잘 발달된 대처 메커니즘으로 인해 필요한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 진단되지 않은 불안과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가면을 쓰지 않고 '나 자신'이 되는 것은 자폐 환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2세에 진단을 받은 아티스트 린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지적 능력은 자신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은 나의 지적 능력과 사회적 어려움을 조화시키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성인 자폐 여성에 초점을 맞춘 문헌에는 눈에 띄는 격차가 나타난다. "자폐증: 스펙트럼에 속한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발표한 클라라 톤벌은 책에서  스웨덴의 자폐증 여성들의 경험을 담았다. 남들과 다르게 성장하고, 오해에 직면하고, 정서적 고통을 견뎌야 하는 어려움을 강조하며 서로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폐증은 항상 인간 다양성의 일부다. 에밀리 디킨슨이나 시몬 웨일과 같은 역사적 인물은 20세기까지 자폐증이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후에 자폐로 추측되었다. 

자폐 진단은 자아 발견의 여정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인정할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