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학교가 원격교육 회사에 의존해 교사를 보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는 매우 빠르게 확산되어 많은 학부모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현지매체 THE74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에 위치한 베어크릭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 아케리아 라이트는 실제 교직원이 아닌 텍사스 소재 원격교육 회사인 프록시미티러닝(Proximity Learning)의 원격 교육자가 학생들을 관리하고 과제를 완료했는지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라이트는 “아이들에게 가상 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아이들이 이러한 유형의 학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고급 미적분학이나 라틴어와 같은 전문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다. 이제 학교는 교사 공석을 채우기 힘들자 핵심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원격교육 회사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정부 지출 데이터 서비스인 가브스펜드(GovSpend)의 검토에 따르면, 미국의 74개 교육구에서는 가상 교사 서비스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교실 내 줌인'이라고 불렸던 이 접근 방식은 이제 학생들이 대면 학습에 다시 적응하면서 면밀히 검토되고 있다.
교육 기업에 투자하는 리치캐피털의 공동 설립자 제니퍼 캐롤란은 “가상 교육을 제공하는 약 12개의 회사가 의미 있는 규모에 도달했다며 가상 교사 채용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산호세 인근의 한 고등학교 영어 수업을 방문했다가 원격교육 업체인 코스모조의 교사가 가상으로 가르치는 수업을 들은 후 투자를 망설이게 되었다. "결국 콜센터 칸막이에 있는 학교에는 절대 아이를 보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생각하는 교육의 발전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전통적인 교실의 역동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상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많은 학부모, 교육자 및 이해관계자들은 이 새로운 모델이 전통적인 학습의 본질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교육구 지도자들은 지금과 같이 교사 채용이 어려운 시기에는 가상 교사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주장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레튼카운티의 교육구는 학생수가 4,900명 정도다. 이 교육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뉴욕에 본사를 둔 풀마인드의 교사들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학생들은 수학, 생물학, 영어, 역사 등 필수 과목을 가상 교사에게 배웠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등 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콜레튼카운티 교육구 교육위원회는 가상 교사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되 교사가 교실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첨단카메라를 설치하는 비용 1만8,000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콜레튼카운티의 인사 책임자 윌시 해밀턴은 60여 개의 교사 공석을 메우기 위해 퇴직 교사를 유치 중이다. SNS와 디지털 광고판에 구인 광고를 게재하지만, 앞으로 최소 1년간은 풀마인드의 가상 교사가 아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알고보니
가상교사에게 배우고 있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 학교의 40% 이상이 교사 결원을 보고했다. 특히 빈곤층과 소수 민족이 많은 학교의 교사 부족이 가장 심각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13개 교육구는 프록시미티와 같은 원격학습 기업과 협력해야 했다.
그린빌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 공공교육파트너스의 캐서린 슈마허 전무이사는 “급속한 학생 수 증가에 발맞추지 못한 것이 교사 부족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 “우리는 수년 동안 교육자들에게 저임금을 지급해 왔으며, 교사와 공립학교를 악마화하는 풍토를 용인해 왔다”라고 말했다.
가상 교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록시미티와 같은 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었으며, 2020년에는 연간 매출이 630만 달러에서 이듬해에는 2,100만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발전은 신생 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며, 일부 교육자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테네시주 멤피스 셸비 교육구가 처음 프록시미티와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교육구 교육협회 책임자 키스 윌리엄스는 임시방편이자 하룻밤짜리 프로그램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라이브 세션을 위한 700만 달러 계약을 추진 중이다. 그는 원격교육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 교육구가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직 교사 레이첼 스프릭스는 “원격 교육도 오프라인 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셸비 교육구 연합교육협회 다네트 스톡스 회장은 “일 년 내내 대체 교사와 가상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의 성적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하며 “교장은 학부모와의 회의에서 가상 교사를 소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투명성에 대해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원격학습이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불안정한 인터넷 접속, 재정적 어려움 등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수십년 후퇴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가상 교육의 효과와 적절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상 교육의 보급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가상 교실과 실제 교실 사이의 복잡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가상 교사 모델의 성공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환경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