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에 분노를 참지 못해 속눈썹을 뜯어먹는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머리카락이나 속눈썹 등을 뽑거나 비비 꼬는 등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을 발모광이라고 한다.
발모광은 미용 목적 없이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펜실베이니아 의학대학 해리슨 교수가 《최근정신의학보고서》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약 1~3%가 발모광을 앓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있다.
발모광은 5세 미만의 어린 나이부터 시작될 수 있으며, 대개 아이가 성장하면서 증상이 없어진다. 하지만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증상을 보이면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서스먼 박사는 “발모광이 있는 사람은 머리카락을 뽑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속눈썹, 눈썹, 겨드랑이‧턱‧가슴‧다리 등의 체모도 뽑는다. 머리카락을 당기는 행동은 무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신체 중심 반복 행동에 대한 TLC 재단에 따르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증상은 수일 또는 수개월 동안 멈췄다가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심지어 잠자는 동안에도 머리카락을 뽑을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다.
발모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물학적, 행동적, 학습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전적 성향이 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유전 가능성이 76.2%로 추정되어 유전적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주요 우울증, 강박장애 또는 반복적인 운동 동작을 특징으로 하는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게서 발모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모광은 현재 강박 관련 장애로 분류되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발모광이 문제가 되는 이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다보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탈모 부위가 드러나게 된다. TLC에 따르면, 청소년은 탈모 문제를 부끄러워하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겉으로 드러내고 도움 받기를 거부한다. 또래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경우 수치심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드물게는 뽑은 머리카락을 먹는 삼모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뽑은 머리카락을 너무 많이 먹어 합병증 '헤어볼'이 발생한 경우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위로 인해 외상을 입은 피부가 감염될 수도 있고 영구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발모광은 가족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벌을 주거나 선물을 주는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발모광 증상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에게 머리카락이 빠진 부분이 있다면 소아과 의사나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두피 백선이나 견인성 탈모증(주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압력을 가함으로써 발생하는 점진적인 탈모의 한 형태)과 같은 의학적 이유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발모성 탈모증으로 판단되는 경우 인지행동치료(CBT)가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는 동안 청소년은 장애에 대해 배우고 무의식적으로 계속되는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충동을 관리하거나 머리카락을 뽑지 않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