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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명 대학 등록금 동결로 재정위기…자국민보다 유학생 우선시

최성주 | Danielle Gabriel 2023-07-31 00:00:00

등록금 동결로 자국민 학생 유치 감축 우려
자국민 학부생 1명당 650만원 손실
영국인 학생의 등록금은 2017년부터 연간 9,250파운드로 동결되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으로 인해 실제 가치는 2010년 등록금 수준인 6,000파운드까지 떨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브리스톨대학 
영국인 학생의 등록금은 2017년부터 연간 9,250파운드로 동결되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으로 인해 실제 가치는 2010년 등록금 수준인 6,000파운드까지 떨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브리스톨대학 

영국의 엘리트 대학들이 몇 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을 겪고 있다. 문제는 자국민 학생 대신 유학생을 선호하는 추세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러셀그룹은 국제 입학을 늘려 자금 부족을 보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영국 학생들을 외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셀그룹은 17개 대학 총장들이 1994년 모여 결성한 기관으로 현재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에든버러대학 등 24개 대학이 포함된다.

자국민은 물론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대학들이 많이 포함된 만큼 러셀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인 학생의 등록금은 2017년부터 연간 9,250파운드로 동결되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으로 인해 실제 가치는 2010년 등록금 수준인 6,000파운드까지 떨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학들은 현재 등록금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말한다. 이러한 재정 부족으로 인해 많은 상위권 대학들이 영국인 학생 대신 유학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한 영국인 학생들의 입학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러셀그룹의 일원인 카디프대학 부총장 콜린 리오단 교수는 현지매체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인 학생들을 충분히 뽑지 못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원 부족이 아니라 재정적 제약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리오단 교수는 이는 어떤 대학도 원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궁극적으로 영국 대학의 존재 이유는 자국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대학들은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논의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리오단 교수는 대학교육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적자 이어지자 영국인 외면, 유학생 선호 

러셀 그룹은 내년 9월까지 대학이 교육하는 영국 학부생 한 명당 평균 4,000파운드(약 650만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대학이 학부생 한 명당 부담해야 하는 평균 적자 금액은 2021-2022년 1,750파운드에서 2024-2025년 약 4,000파운드로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러셀그룹 
영국 대학이 학부생 한 명당 부담해야 하는 평균 적자 금액은 2021-2022년 1,750파운드에서 2024-2025년 약 4,000파운드로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러셀그룹 

정부의 추가 개입이 없을 경우 영국 대학이 학부생 한 명당 부담해야 하는 평균 적자 금액은 2021-2022년 1,750파운드에서 2024-2025년 약 4,000파운드로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2024-2025년에 예상되는 적자 규모는 영국 표준 등록금 9,250파운드의 43%에 해당한다.

대학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 회사 데이터HE(DataHE)의 공동 설립자 마크 코버도 이러한 우려에 동조했다. 그는 등록금의 실제 가치는 6,000파운드로 떨어졌고 가을이 되면 더 떨어질 것이다. 대학에 큰 재정적 피해를 주고 있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코버는 “자국 학생들을 위한 정원이 항상 마련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물건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도록 요청받는다고 생각해보라”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변인은 등록금 동결 제도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보장하고 대학교육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디프대학 
교육부 대변인은 등록금 동결 제도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보장하고 대학교육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디프대학 

대학 및 전문대학연합은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교직원들의 임금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등록금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됐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며 교직원의 급여를 개선할 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정책연구소의 닉 힐만 이사는 “엘리트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자국 학생 수가 증가하면 향후 몇 년간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불우한 학생 입학 비율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가르치는 학생수를 불가피하게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스퍼드대학 대학교육학 교수인 사이먼 마긴슨은 현재 영국 대학이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2012년 연립 정부가 도입한 대학 재정 지원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긴슨 교수는 "특히 생활비 위기와 국가보건서비스(NHS)의 붕괴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더 이상 대학교육에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졌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대변인은 등록금 동결 제도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보장하고 대학교육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자국 학생 정원을 줄이고 그 자리를 유학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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