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관계나 진로, 성격, 학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들을 지원하는 상담교사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학교상담사협회는 인디애나주 학교 상담교사와 학생 비율이 694대 1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인디애나주에만 국한된 현실이 아니다. 대부분 학교에는 상담교사가 단 1명만 있는 경우가 상당해 교사 혼자 전교생의 정신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존슨 카운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상담교사로 일했던 헤일리 라돔스키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600명이 넘는 학생들의 복지를 책임졌다. 코로나19 기간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면서 업무 압박이 가중되자 결국 상담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라돔스키는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니 너무 힘들었다. 업무에 쫓기다 보니 기본적인 필요를 챙길 시간조차 거의 없었다”라며 상담교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말했다.
일부 인디애나주 의원들은 최근 학교 상담교사가 특히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며 주정부가 상담교사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을 그만두는 상담교사가 늘어나는데도 최근의 법 개정은 이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의 어깨에 더 많은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 전역의 직업 중심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과 상담교사에 대한 새로운 요건을 도입하는 대규모 법안인 하원 등록 법안 1002의 통과가 이에 포함된다.
여기에 학생들의 요구는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상담교사들은 교사 본인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라돔스키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정신건강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의 진로를 안내하는 일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곧 행정 당국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학교 상담교사는 학생의 가정 폭력부터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까지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 많은 현직 및 전직 학교 상담교사들이 견디기 힘든 상담 사례,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 증가, 시간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추가 업무에 대해 토로한다. 하지만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곤경에 처한 상담교사
과로와 정신건강 위기
미국 학교상담사협회는 상담교사의 책임을 학업 성취 전략, 정서 관리 및 대인 관계 기술, 대학 교육 선택에 대한 계획의 세 가지 영역으로 분류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전직 중학교 상담교사 안나 셔터는 성매매, 괴롭힘, 약물 사용, 교내 총기 폭력 등 심각한 문제를 다루면서 트라우마를 겼었다. 900명이 넘는 학생을 상담해야 하는 압도적인 업무량과 그에 비해 낮은 연봉으로 추가 일자리를 병행하는 고충을 겪었다.
극심한 업무 압박으로 인해 상담교사 또한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야 하는 상담교사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인디애나주의 학생 대 상담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불안한 현실을 강조한다. 주 전체에 1,494명의 상담교사가 100만 명이 넘는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디애나주 상담교사는 1,494명인데 학생은 100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커지며
상담교사의 업무 강도도 심화되고 있다"
-인디애나 학교상담사협회
학생들의 정신건강 요구의 급증과 부적절한 상담 지원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인디애나주의 학생 자살률은 2021년에 학생 7명 중 1명이 자살을 계획하는 등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디애나 학교상담사협회의 회원인 줄리 힐은 학교 상담교사가 높은 학력 수준을 갖췄지만, 상담 이외의 업무나 시험 감독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정작 중요한 학생 상담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담교사에게 할당된 비상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추가 직원을 고용할 것을 제안했다.
전직 중학교 상담교사 안나 셔터 또한 상담교사의 급여 인상, 상담 업무량 감소, 각 학군에 학교 상담 경험이 있는 노조 대표를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상담교사가 겪는 위기를 해소하려면 현재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초등학교 5곳 중 4곳은
전문 상담교사 없어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기준 학생 1인당 평균 심리상담 건수가 2년 새 45%가 증가했지만 전국 초·중·고등학교 내 전문 상담교사 배치는 30%대에 불과했다.
교육부의 ‘학생 1인당 평균 심리상담 건수’와 ‘전국 시도별/초중고별 전문 상담교사 배치 현황’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심리상담 건수는 2018년 0.8건, 2019년 0.86건에서 2020년 1.16건으로 2년간 45% 증가했다.
전국 초·중·고 내 전문 상담교사 배치는 32.3%에 불과하다. 특히 강원(21.2%), 전남 (23.9%), 전북(25.8%), 충남(25.8%)은 전국 평균보다 배치율이 낮다.
전문 상담교사 배치율은 특히 초등학교에서 부족하다. 전국 6,129개 초등학교 중 상담교사 인원은 총 1,128명(18.4%)이다. 초등학교 5곳 중 4곳은 전문 상담교사가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