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으로 교권침해 논란이 커진 가운데 경기도에서 '교권침해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24일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패들렛'(콘텐츠 공유 웹사이트)에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해주세요'로 악성민원 사례가 수집되고 있다.
단 3일간의 짧은 기간임에도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1,228명의 교사가 1,665건의 교권침해 및 악성민원 사례를 올렸다. 중요 사례로는 ▲교사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취급 ▲학생 간 학교폭력이 교사의 책임으로 몰리는 사례 ▲성적, 출결 관련 부적절한 요구 사례 ▲가정에서의 생활지도 부분까지 교사에게 요구하는 사례 ▲교사의 개인 사안(결혼, 임신 등)에 관한 민원 사례 ▲교사 혼자 외로이 내몰리는 학교 현실(시스템 부재) 사례 ▲본인 자녀는 특별하게 지도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 사례 ▲주변인을 이용한 협박 민원 사례 ▲학부모 민원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진 사례 등 교사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온갖 교권침해와 악성 민원 사례로 가득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남발, 악성 민원, 교육당국의 수수방관과 책임회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그 모든 문제를 어떠한 지원과 대책없이 오로지 교사에게 돌리고, 그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사가 보호받고 존중받아 본연의 교육활동에 매진해 교사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인권 보호를 위한 제안’을 했다.
우선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교육부 고시’를 통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 유형에 ‘악성민원에 의한 교사 인권 침해’, ‘상담 중 이루어지는 폭언, 욕설’을 추가해야 한다. 무방비로 노출된 상담 시스템을 정비하고, 학부모의 교권침해 행위에 강력한 책임을 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학대 무고 대응 및 지원 시스템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지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가 남발해 교사 개인의 삶이 피폐함은 물론이고 교육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다른 학생의 학습권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을 경우 교사를 지원하는 체계는 전무해 교사 홀로 온갖 법적 대응을 감당해야 한다.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민원 발생 시 무죄추정의 원칙을 바탕으로 교사에게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 마련, 교육행정기관은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사 1대1 연결, 수사기관 동행, 의견 제출 등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 관련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마련, 긴급 보호조치 이행(관련자로부터 분리 조치, 특별휴가 처리 등), 결과에 따른 손해배상에 대한 청구 소송 진행, 관리자 및 교육행정기관의 교사 지원에 대한 평가 및 만족도 관리를 통해 실질적으로 교사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제기됐다.
경기교사노조는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제안했다. 학생위기관리위원회의 ‘위기학생 진단검사이행 명령 권한’을 부여하고, 교사 생활지도의 근거 및 학칙 마련을 위한 기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지속으로 침해하거나 교육활동 방해 행위가 심각한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시스템(위스쿨)’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방비로 노출된 상담 시스템 정비를 통한 교사 인권 보호도 필요하다. 전화나 방문 등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민원 방식은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적 마찰을 만들어 내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직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메일 등 서면으로 선문의 후 답변하는 방식을 적용해 감정적 마찰을 피하고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 보안 및 상담 시스템을 개선해 정해진 시간과 장소(사전방문예약)에서 교사와 사전 협의 하에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교사가 최초·직접 응대하는 시스템을 관리자가 최초 응대 및 중재와 지원의 역할을 하도록 민원 응대에 대한 관리자 책임 부여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을 시장과 상품으로 보는 교육당국의 각종 정책과 메시지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학교 및 학교 만족도조사, 교육 서비스, 수요자, 공급자 등으로 표현되는 각종 정책과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라는 이유만으로 학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도, 교원성과급, 늘봄학교 확대 등 교육당국은 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교사를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 종사자로 치부하는 각종 정책 및 메시지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교사노조는 무너져가는 교육현실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날로 커져가는 무거운 책임과 날카로운 압박으로 시름하는 교사들의 고통을 교육당국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하며 당장 교육 주체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교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