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산증은 난독증만큼 많은 학생이 겪는 학습장애이지만, 여전히 이해가 부족하다. 온타리오대학의 심리학 및 두뇌정신연구소 교수 다니엘 안사리 박사는 “난산증의 유병률은 난독증과 비슷하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하며 잘못 진단돼 치료 자체가 늦어진다”고 말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난산증 이해: 수학 학습장애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 웨비나를 진행한 안사리 박사는 난산증의 핵심은 전형적인 방식으로 숫자를 처리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며, 교육자와 임상의가 난산증의 증상과 잠재적인 합병증 요인, 관련 질환 및 유용한 선별 도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난산증 유병률과 인식 부족
의학전문 학술지 《발달의학과 소아신경학(DMC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발달성 난산증은 미국 학생의 약 5~7%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난독증보다 덜 알려져 있다. 난독증이 난산증보다 과학 저널에 14배가량 더 자주 논의되고 있다. 여전히 학부모는 물론 교육자와 임상의 사이에서도 난산증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난산증 아동은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안사리 박사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단순 계산을 어려워하기 이전에 난산증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는 조기검사와 기초능력 향상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발달성 난산증 아동
간단한 계산도 오래 걸려
발달성 난산증인 경우 전형적인 방식으로 숫자를 세거나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기 훨씬 전부터 어려움이 시작되며, 초기에는 계산 문제와 같은 숫자 표현을 학습하는 데 힘들어한다.
기본적인 숫자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간단한 계산을 할 때도 더 많은 작업 기억을 활용하게 돼 눈에 띄게 속도가 느린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난산증의 위험은 아이가 간단한 연산을 배우기도 전에 선별할 수 있으며 선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난산증을 '특정 학습장애'라는 광범위한 용어로 분류하며, 연령 수준보다 현저히 낮고 취학 초기에 나타나며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되는 학습 어려움과 학업 기술 습득에 문제가 있는 생물학적 기원을 가진 신경발달 장애로 정의했다.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신경학적 또는 운동장애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수학 학습장애의 주요 특징으로는 숫자 감각, 사실 및 계산, 수학적 추론에 어려움을 수 있다. 발달성 난산증 진단을 받으려면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을 습득하는 데 일시적인 어려움이 아닌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해야 한다. 특정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특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동은 진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난산증 어떻게 알아볼까?
미주리대학 심리학과 데이비드 기어리 교수는 “수학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은 작업기억력이 떨어져 계산을 하고 중간 해결책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산술적 사실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1. 간단한 연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성숙한 계산 방법을 사용한다.
2. 기억에서 계산 사실을 지속적으로 떠올리지 못한다.
수학 시험문제를 모두 푸는 데 또래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연산 문제를 보고 한참 후에야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계산 기반 전략에서 기억 기반 전략으로 발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계산 절차에서 자주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안사리 박사는 “난산증 아동이 수학의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가장 흔한 영역이 계산이다”라고 말했다.
난산증 아동
숫자 처리 어려운 이유는?
그렇다면 난산증 아동이 숫자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요인은 무엇일까? 난산증에 관한 최신 연구는 수학 영역에서 핵심적인 읽기 능력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줬다.
기초 능력이 부족해 독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더 높은 수준의 수학 학습을 하는 데 계속해서 뒤처지기 쉽다. 핵심 역량의 초기 결핍이 이후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매튜 효과 현상 때문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의 특정 영역, 특히 두정엽 피질이 숫자 인지에 중요하다. 최근 MRI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산증 아동은 또래보다 이 영역이 덜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나 난산증의 신경학적 근거가 있음을 시사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연구에 따르면, 난산증 아동은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는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이는 구구단과 같은 숫자 표현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한자리 수 덧셈 뺄셈을 배우기 전에도 난산증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사리 박사에 따르면, 난산증은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 난독증이나 ADHD 아동에게서 함께 진단되기도 한다. 수학 불안과 난산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 같은 증상은 아니다. 수학 불안이 좀더 일반적이며 정서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의 조사에 따르면, 최대 60%의 학생이 "수학 수업이 어려워질까 봐 걱정된다" 또는 "수학 성적이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답했다.
다만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은 수학 수행능력과 수학 불안 사이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게다가 수학 불안은 뇌에도 반영됐는데, 수학 불안이 있는 학생은 수학 문제를 풀 때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것과 관련된 편도체와 내측 전전두엽 피질과 같은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학 불안이 없는 학생은 수학 성취에 관여하는 두정엽 피질과 그 주변이 활성화됐다.
난산증 징후 어떻게 알아볼까?
유난히 숫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다음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볼 수 있다. NumeracyScreener 사이트에서는 두 숫자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판단하는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 웨스턴대학 심리학과 수리 인지 연구실의 나디아 노스워디 박사가 설계하고 구현한 것이다.
Number Sense Screener는 델라웨어대학 교육학부 낸시 조던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난산증 고위험군 아동을 위한 중재 프로그램이다.
맞춤형 개입도 도움이 될 수 있다. ‘The Number Race’는 주로 4~8세 아동을 위해 설계된 컴퓨터 게임이다. 숫자와 연산의 기본 개념을 배울 수 있다. 유망한 교육 접근법 중 하나는 '숫자 선'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에서 숫자의 위치를 그 크기와 연관시키는 방법을 배은다. 숫자의 상대적 크기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사리 박사는 “난산증 치료에 있어서도 기술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터랙티브 디지털 게임은 어린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개별화된 교육과 연습을 제공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의 개입이 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