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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듀체크] '시각적, 청각적' 학습스타일 따라 공부법 달라야 한다? "근거 없어"

최성주 2023-06-19 00:00:00

교사 준비 프로그램의 67%가 수업 계획 과제에 학습 스타일을 포함하도록 요구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방식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학습 스타일 이론은 근거가 전혀 없다. 국제교육연합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방식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학습 스타일 이론은 근거가 전혀 없다. 국제교육연합 

최근 몇 년간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등 학생 성향마다 학습스타일이 다르며, 이에 맞는 학습 환경을 제공하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인기를 끌었다.

맨해튼대학의 윌리엄 퓨리 조교수는 최근 ‘학습 스타일에 대한 완고한 신화’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방식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학습 스타일 이론은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학습 스타일 따른 교육효과, 왜 인기 끌었나

퓨리 교수는 교육매체 에듀케이션 넥스트를 통해 다양한 학습 스타일에 맞는 수업을 설계하면 학생의 학습 속도가 빨라진다는 증거는 없지만, 예비 교사들은 학습 스타일에 근거해 교육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가령 시각적 학습자는 그림이나 도형, 도표, 영상, 애니메이션 등의 시각적 자료로 학습하는 것을 선호하며, 청각형 학습자는 팟캐스트, 토론 등 설명을 듣는 것을, 읽기 및 쓰기형 학습자는 필기, 에세이 쓰기, 책 읽기로 학습하는 것을, 운동감각형 학습자는 실험, 역할극, 모델 구축 등 직간접적 경험으로 몸을 움직여 학습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이론이다.

조립을 할 때도 시각형 학습자는 조립 설명서의 도표를 보면서 조리하고 청각형 학습자는 이미 조립해본 사람의 조언을 듣고 조립하고 읽기 및 쓰기형 학습자는 텍스트로 된 설명서를 읽고 조립한다는 식이다.

교수는 “학습과 뇌에 대한 많은 오해와 마찬가지로, 학습 스타일에 대한 믿음은 유효한 연구 결과와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뇌의 여러 부위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정보가 처리된다는 것은 사실이며, 개인마다 능력과 선호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학습 스타일의 타당성과 교육에의 적용을 조사한 체계적인 연구와 메타 분석에 따르면, 학습 스타일이 실제 존재한다는 경험적 증거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스타일이 여전히 인기 있는 아이디어이자 교육적 우선순위로 남아 있다.

학습스타일 고려한 수업 

학업성취도와 관계 없어 

국제교육연합
국제교육연합

인지심리학자 더그 로러와 할 파슬러는 “또래보다 시각적 공간 능력이 떨어지고 언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로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과서에 도표가 적다고 해부학을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슬러 박사는 학습 스타일에 맞춘 지도에 관한 71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학습 스타일을 기반으로 가르친 그룹의 학습 성과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우수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 증거는 없지만, 인기를 끈 탓에 교사들은 학습 스타일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6년 전미교사품질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교사 준비 프로그램의 67%가 수업 계획 과제에 학습 스타일을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교과서의 59%는 학생의 학습 스타일을 고려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598명의 교육자 중 76%가 "개인은 자신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로 정보를 받을 때 더 잘 학습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71%는 "아이들은 특정 감각에 의해 지배되는 학습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총 2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학습 스타일을 참조하는 공식 학습 자료가 포함된 초등 교사 자격증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에듀케이션넥스트 
총 2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학습 스타일을 참조하는 공식 학습 자료가 포함된 초등 교사 자격증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에듀케이션넥스트 

퓨리 교수가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 모두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기 위한 면허 및 자격증 요건을 검토했다. 그 결과 현재 총 2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학습 스타일을 참조하는 공식 학습 자료가 포함된 초등 교사 자격증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수는 “학습 스타일에 신경을 쓴 나머지 학습 향상을 위해 입증된 교수법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국교사품질위원회의 교과서 연구에 따르면 교과서의 59%는 10여 년 전 교육과학연구소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이 큰 6가지 교수법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15%만 이러한 교수법에 대해 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는 시각, 청각, 운동 감각 학습자를 평가하고, 그룹화하고, 교육을 계획하는 방법을 배우는 대신 학생의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 기술과 지식의 중요 요소에 따라 개인의 숙달 수준에 따라 교육을 평가하고 차별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다양한 학습 선호도의 유병률을 보여준다. 리서치게이트 
다양한 학습 선호도의 유병률을 보여준다. 리서치게이트 

교사의 시간과 노력 분배 이외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학생들마다 학습 스타일이 다른 점을 고려해 한 수업에서 다양한 학습 스타일을 적용하는 경우 오히려 인지과부하를 유발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 특정 학습 스타일만 보이는 것이 아닌, 4가지 학습 스타일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정 학습 스타일이 있다고 믿는 학생은 해당 스타일과 맞지 않는

유형의 단원이나 과목은 배우기를 꺼려 할 수 있다"

-버지니아대학 대니얼 윌링험 심리학 교수

학생들은 학습 스타일만 탓하며 노력을 덜 기울일 가능성도 있다. 버지니아대학 심리학자 대니얼 윌링험 교수는 “학생이 자신에게 특정한 학습 스타일이 있다고 믿는 경우, 효과적인 학습 전략이나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습 스타일에 해당하는 과목이나 단원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윌링험 교수는 학생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학습 양식을 활용해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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