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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아동발달권] 123개 언어 사용하는 네팔, 언어장벽으로 학습조차 힘들어

김성은 | Giselle Rances 2023-06-14 00:00:00

언어 장벽이 교육 성과로 이어져
[기획-아동발달권] 123개 언어 사용하는 네팔, 언어장벽으로 학습조차 힘들어
네팔세이브더칠드런

네팔은 국경 내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123개에 달할 정도로 언어 다양성을 자랑한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지만, 네팔의 자국어인 네팔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교육을 이어가는 것조차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국제비영리뉴스 글로벌프레스저널은 지난 8일(현지시간) 14세 소년 딜립 고디야 이야기를 전했다.

고디야는 50만 명의 네팔인과 인도 북부의 거주민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아와디어를 어릴 때부터 사용했다. 그런 그가 네팔어로 학습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진학 후 책 읽기가 힘들었고 수업 시간에 발표는 꿈도 꾸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와 보건이다. 다른 과목보다 네팔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돼서다.

네팔의 교육 격차

여전히 부족한 모국어 교육

조사에 따르면 네팔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123개다. 대표적인 다문화 지역 반케에서는 주민 5명 중 3명이 네팔어를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언어적 다양성이 뚜렷하다.

2015년 헌법으로 모든 어린이가 모국어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과 2019년에 도입된 국가 커리큘럼 계획에 따라 현지화된 커리큘럼을 의무화하고 비네팔어 사용자의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다국어 교육을 권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케 지역의 8개 지자체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네팔어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의 상당수는 모국어로 교육하는 국경 너머 인도에 위치한 학교로 자녀를 통학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연령 아이들의 73.5%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남아의 79.9%가 여아의 66.8%가 초등학교에 다닌다. 시골 지역보다 도시지역에서, 저소득층보다 상위 20% 고소득층 가구에서 출석률이 높다. 네팔인구보건조사 
초등학교 연령 아이들의 73.5%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남아의 79.9%가 여아의 66.8%가 초등학교에 다닌다. 시골 지역보다 도시지역에서, 저소득층보다 상위 20% 고소득층 가구에서 출석률이 높다. 네팔인구보건조사 

네팔군지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부펜드라 싱 소디는 과거 인도 펀잡 지역에서 이주한 사례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케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와디어와 힌디어에 익숙해졌다. 인근에 공립하굑가 있지만 소디의 아이들은 인도 국경마을 루파이디하에 있는 교회에서 공부한다. 이곳에서는 힌디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네팔, 모국어 교육 시행에 어려움을 겪으며 학생 성과 저하 

[기획-아동발달권] 123개 언어 사용하는 네팔, 언어장벽으로 학습조차 힘들어
네팔세이브더칠드런

언어 장벽이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비네팔어 사용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같은 수업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고 시험 점수가 낮았다. 네팔군지, 나라이나푸르, 두두와, 자나키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10학년 말에 실시된 반케 지역의 지난 3년간 중등 교육 최종 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3.0 이상의 GPA를 받은 학생 중 네팔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학생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학습 결과가 동일한 경우 이 수치는 비원어민인 반케 주민의 비율인 60%에 가깝다.

정부기관 반케의 교육개발 및 조정부서 책임자인 바그완 프라사드 파우델은 “네팔어로 이뤄지는 교육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낮은 출석률도 이러한 통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급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언어장벽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언어장벽으로 인한 부작용은 분명 있다"

-교육전문가 비크람 마니 트리파티 

가령 성적이 낮은 지역의 상당수 학생들은 학기 초에는 출석률이 높지만, 농사일과 축제 일정으로 결석하는 날이 많다는 것. 예를 들어 네팔군지의 한 학교에서는 53명의 학생이 3학년에 재학 중이지만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학생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네팔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교육 전문가인 비크람 마니 트리파티는 “언어 장벽은 한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즉, 교실을 넘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네팔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없어 정부 일자리에 경쟁할 수 없는 지역 주민들은 농업 활동에 생계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수입이 줄어들자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한 학년을 반복하거나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언어 장벽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닐지 모르지만, 부작용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기획-아동발달권] 123개 언어 사용하는 네팔, 언어장벽으로 학습조차 힘들어
네팔군지에 위치한 모던공립중등학교

라그다하와에 있는 쉬리 중등학교의 교사 사티시 마하르잔은 네팔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학생들이 뒤처진다고 말한다.

“8학년 과학 시험에서 학생이 네팔어 대신 아와디어로 답안을 작성하면 다른 지역 출신의 교사가 감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망갈 프라사드 중등학교의 크리파람 바르마 교감도 네팔어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학생들이 네팔어 문법과 악센트 표시에 어려움을 겪고 수업시간에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네팔어, 힌디어, 아와디어가 문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국어에서 쓰는 방식대로 동음이의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 네팔어를 사용하는 학교에서는 틀린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다국어 구사하는 교사 부족 

모국어 커리큘럼 시행에 걸림돌 

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교사에게 배워야 학습 효과가 더 뛰어난 점도 이유로 지목됐다. 언어적 다양성에 따른 배경지식이 다르고 숨은 맥락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국어를 구사하는 교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 사티시 마하르잔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70%가 네팔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반면, 교사 17명 중 12명이 네팔어를 모국어로 구사한다.

네팔 어린이의 절반 미만이 중등학교에 진학한다. 총 학생의 30.9%만 중등학교에 다닌다. 특히 거주지역과 가구소득이 성별보다 중등학교 진학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네팔인구보건조사 
네팔 어린이의 절반 미만이 중등학교에 진학한다. 총 학생의 30.9%만 중등학교에 다닌다. 특히 거주지역과 가구소득이 성별보다 중등학교 진학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네팔인구보건조사 

지방당국은 네팔어 이외의 언어로 현지 커리큘럼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다국어를 구사하는 교사 부족을 꼽는다.

한 지역사회에서 여러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반케 지역에서는 8개 지자체 중 4개 지자체(코할푸르, 랩티 소나리 마을, 카주라, 네팔군지 교외 지역)가 올해 의무화된 지역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지 학생들이 아와디어, 우르드어, 타루어 등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해 네팔어 이외의 언어로는 교과서를 제작하지 않았다.

반케에서는 네팔어를 사용하지 않는 네팔인이 인구의 60%에 육박하지만, 10학년 말 평점 3.0 이상을 받은 학생은 30%에 불과하다.

랩티 소나리 마을의 교육 지부장 지반 노우파네는 “올해부터 현지 커리큘럼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모국어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반케 주민의 약 24%가 사용하는 아와디어로 커리큘럼을 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정부와 협력해 온 트리파티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커리큘럼이 개발되었다고 말했다.

아와디어와 같은 다른 언어로 된 커리큘럼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도가 느리다. 자신이 익숙한 모국어로 강의하는 교사 앞에서 질문하는 것도 발표하는 것도 자신감 있게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모국어 커리큘럼이 아이들의 향후 교육과 발전 가능성을 좌우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 차이 때문에 학습을 놓게 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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