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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꼭 배우던 악기 리코더 '멸종위험'이라고?

김성은 2023-06-14 00:00:00

영국 최고의 음악 학교, 10년간 리코더 연주자 80% 감소 보고
학교서 꼭 배우던 악기 리코더 '멸종위험'이라고?
리코더는 다양한 음색을 선보이는 다용도 악기이자 누군가에게는 실기시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악기이기도 하다.유럽리코더교사협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필수로 배우던 ‘국민 악기’ 리코더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영국 최고의 음악학교 중 하나인 체텀 음악학교는 리코더를 연주하는 학생수가 80%나 급감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전했다.

리코더는 다양한 음색을 선보이는 다용도 악기이자 누군가에게는 실기시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악기이기도 하다.

유럽리코더교사협회(ERTA)는 리코더의 불투명한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 음악에서 휼륭한 악기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리코더의 부활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맨체스터에 위치한 체텀 음악학교의 공동 교장인 톰 레드먼드는 현재 이 학교에서 리코더를 연습하는 학생은 단 3명에 불과하며, 이는 10년 전 15명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는 학교에서 리코더를 비롯해 다른 관악기를 배우는 학생 수가 줄어든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레드먼드 교장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비말이 튀는 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관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대신 피아노와 같이 혼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반면 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하는 악기의 인기는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단체 활동을 피하면서 앙상블에 참여하지 못하고 실력도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

코로나19로 

입으로 부는 관악기 타격 

국내에서도 비말이 튈 수 있는 모든 교육 활동은 금지도면서 기악, 가창 수업은 감상 수업으로 바뀌었다. 기악 수업에 리코더나 단소를 배웠지만, 관악기 수업은 전부 온라인으로 변경되거나 칼림바처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대체됐다.

레드몬드 교장에 따르면 리코더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 중 하나다. 초등학교에서 몇 번의 수업으로 끝내기에는 아름답고 세련된 소리를 내는 잠재력이 뛰어난 악기라는 것.

코로나19로 관악기 인기는 떨어지고 독주가 가능한 피아노 같은 악기 인기가 증가했다. 체텀 음악학교
코로나19로 관악기 인기는 떨어지고 독주가 가능한 피아노 같은 악기 인기가 증가했다. 체텀 음악학교

교장은 또한 리코더의 인기 저하 문제가 단순히 리코더 자체를 넘어 음악의 미래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생태계에서 특정 식물이나 동물의 멸종이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리코더가 사라지면 단순히 악기 1개를 연주하지 않는 것을 넘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리코더가 필요하며, 리코더가 없으면 음악에 대한 흥미와 음악을 배우는 즐거움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리코더는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접목할 수 있다.

레드제플린이나 비틀즈도 리코더를 곡에 사용했다.

리코더는 저렴하고 가볍고 휴대하기 쉬워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유럽리코더교사협회 크리스 오튼 회장

리코더 교사이자 ERTA 크리스 오튼 회장은 리코더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리코더는 저렴하고 가볍고 휴대하기 쉬우며 풍부한 역사와 엄청난 다재다능함을 지닌 악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목관악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튼 회장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클래식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레드 제플린이나 비틀즈 같은 밴드들도 리코더를 곡에 사용했다. 최근에는 탈리 루빈스타인과 같은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리코더를 옹호하고 있으며, 국립 청소년 리코더 오케스트라는 젊은 리코더 연주자들로 구성된 훌륭한 앙상블이다”고 말했다.

리코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체텀 음악학교
리코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체텀 음악학교

체텀 음악학교에 다니는 18세 학생 애나 윌리엄스는 교내 리코더 연주자 단 3명 중 하나다. 그는 올 7월 맨체스터 브리지워터 홀에서 체텀심포니오케스트라(CSO)와 협연하는 최초의 리코더 솔로이스트가 될 예정이다.

윌리엄스는 리처드 합의 협주곡 인칸토를 연주한다. 그는 “전문 리코더 연주자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저명한 현대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리코더 작품이 의뢰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애나 윌리엄스는 교내 리코더 연주자 단 3명 중 하나다.  체텀 음악학교
애나 윌리엄스는 교내 리코더 연주자 단 3명 중 하나다. 체텀 음악학교

레드먼드 교장은 윌리엄스가 롤 모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리코더를 배우고 연주하는 가치가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새로운 세대의 리코더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윌리엄스의 잠재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윌리엄스 공연을 기다리는 음악계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리코더가 잊혀져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벗어나 인기가 다시금 부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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