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자료 체계, 정확성 부족" 교과서 중요성 인식 커져

지난 몇 년간 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최근 해외 교육자들은 다시 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과서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업이 정형화되고 통합교과와 주제중심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 반해 교과서에는 단편적인 내용만 담겨 있고 최신 이슈를 다루지 못한다는 단점도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교과 커리큘럼의 체계와 구조가 부족한데 이를 교과서가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테네시주 머프리즈버러 학교에서는 교과서 사용 비중이 낮다. 대신 복사본 교육자료와 과제물이 제공된다. 10학년 딸을 둔 학부모 다나 크로이는 교육매체 에듀토피아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자료나 과제물이 제각각이다. 교과 내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구성이 탄탄한 교과서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기존 교과서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금세 최신 이슈와 멀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교과서는 편향적이거나 제한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교과서를 강조하면 교사가 또 다른 자료를 활용해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단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교과서의 사용은 교육구, 학교, 심지어 교실마다 상당히 다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약 60%의 교사가 여전히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교사는 온라인에서 자료를 구하기도 한다.

업데이트된 교과서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교과서의 가치가 모호하다보니 미국의 몇몇 교육구에서는 교과서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교사들이 저마다 방대한 온라인 자료를 토대로 자체 자료를 제작한다.

문제는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교육 자료의 품질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비영리 교육정책 싱크탱크 토마스 B. 포드햄기관의 연구 담당 앰버 노던 수석 부사장은 “키보드 몇 번만 클릭하면 연산을 연습할 수 있는 워크시트, 생물학 실험실용 개구리 해부 키트, 고전 관련 퀴즈와 답안지를 찾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러한 보충 자료의 품질에 대해 아는 것의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점 더 많은 연구자와 교육자 사이에서 모든 과목에서 교과서와 같은 고품질 커리큘럼을 사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14개 주에서 교과서와 같은 증거 기반 학습 자료를 우선시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저품질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강의를 배제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교육정책연구소는 2017년 보고서를 통해 “커리큘럼은 학생의 학업 성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양질의 커리큘럼이 누적되서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USC 로시에 교육대학원의 부교수인 모건 폴리코프는 교과서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 학교 교육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말한다. 30년 전 교직 생활을 시작한 캐시 셰처는 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면 지루해진다고 배웠으며, 은퇴한 중학교 교사 배리 가렐릭은 교과서 순서가 체계적이지 않으며 과도한 정보가 담겨 있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생각한다.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3명 중 2명은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데 필요한 자료나 형성 평가가 없다고 답했으며, 3분의 1만이 학교나 교육구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사용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RAND의 2022 미국 교육자 패널에 따르면 거의 80%의 교사가 직접 자료를 개발하거나 동료로부터 자료를 빌리며, 거의 모든 교사(90%)가 수업 자료를 찾기 위해 구글을 사용하며, 매주 약 12시간 동안 교사 페이 티처와 같은 사이트에서 자료를 검색하거나 직접 만든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폴리코프 교수는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이 교사의 일이며, 교사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는 교사가 온라인 강의나 동영상으로 수업을 보충하더라도 대부분 교과서와 같은 고품질 커리큘럼 자료가 학생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한 '척추'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전직 AP 미국사 교사였던 론 프랜치가 담당한 학생들은 교과서 사용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내년에 교사가 된다면 교과서를 읽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 “예”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교과서가 기초를 제공해 복잡한 역사적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었다. 프랜치는 “교과서로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내용을 되돌아볼 수 있다. 학생들이 슬라이드 노트에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3년 콜로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과서 기반의 지식 구축 커리큘럼을 사용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두 그룹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3학년이 되었을 때 지식 구축 그룹이 주 읽기 시험에서 대조 그룹보다 훨씬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버지니아대학 데이비드 그리스머 교수는 교과서가 지식의 '기본 계층'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리, 역사, 과학, 예술에 관한 교과서가 사실로 가득 차 있고 잘 정리되어 있으며 흥미롭다고 말했다.

수학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발견되었다.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고품질 교과서를 사용하는 교사가 4학년과 5학년 학생의 성취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연구원인 토마스 케인은 "효과적인 커리큘럼 자료는 투자 대비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케인은 교사마다 교과서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고 교과서의 품질도 다르므로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되, 어떤 교과서가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이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네시주 섬너 카운티에서는 고품질 교과서로 전환한 결과 읽기 능력이 즉각적으로 향상되고 교사의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들에게 커리큘럼 로드맵을 제공하고 효과적인 질문, 수업 예습과 같은 다른 수업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베테랑 교사들 역시 교과서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미네소타주 트윈 시티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 에릭 칼렌즈는 교과서가 학생들이 한 학년 동안 따라야 할 학습 여정에 일관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에서 교과서의 역할은 변화하고 있으며, 많은 교육자가 수많은 온라인 리소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좋은 교과서는 교육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찬성하는 교육자들은 온라인 자료가 모방하기 어려운 구조화된 학습 경로와 기준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수년간 온라인 자료로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만들어온 캐시 셰흐터는 팬데믹 기간 아들을 홈스쿨링하면서 교과서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그는 고품질의 교과서를 사용하면 다른 교육 측면에 집중할 수 있어 전반적인 수업이 개선된다고 믿는다.

온라인 자료의 편리함과 접근성을 인정하면서도 교과서가 효과적인 학습을 촉진하는 데 있어 여전히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