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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직원 '채점 파업'으로 대학생들 학위 없이 졸업하나

김성은 | Danielle Gabriel 2023-06-13 00:00:00

대학교육노동조합 급여 인상안 협상 불발되며 파업
[영국] 교직원 '채점 파업'으로 대학생들 학위 없이 졸업하나
영국의 수많은 대학생이 학위 없이 졸업할 위기에 처했다. 더럼대학

145개 영국 대학에서 교직원들이 시험 평가 및 채점을 거부하는 파업을 벌이면서 수많은 대학생이 학위 없이 졸업할 위기에 처했다.

대학들은 올해 졸업식이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학생이 처한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다.

더럼대학에 재학 중인 키미 차다는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2018년에 GCSE 개혁을 견뎌냈고 2020년에 팬데믹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A레벨이 취소됐는데, 2023년 학위까지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영국] 교직원 '채점 파업'으로 대학생들 학위 없이 졸업하나
대학교육노동조합(UCU)과 대학고용주협회(UCEA)의 급여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올 여름 대학 졸업생들의 학위 취득과 졸업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다. 대학교육노동조합

이미 지난 4월 16일 가디언은 대학교육노동조합(UCU)과 대학고용주협회(UCEA)의 급여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올 여름 대학 졸업생들의 학위 취득과 졸업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UCU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85%가 퇴직금 인상안을 수용했지만 임금 및 근로 조건에 관한 제안은 부결되었다. 결국 4월 14일 시험 평가 및 채점 보이콧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UCU의 조 그레이디 사무총장은 평가 보이콧이 졸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 UCEA가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부결된 제안에는 제로 아워 계약을 종료하고, 업무량을 줄이고, 평등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고용주의 약속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 초에 제안된 5%에서 8%의 급여 인상도 협상의 일부였다.

시험 및 과제 평가 보이콧 선언한 대학교육노동조합

VS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학위 기준만 임시 타협하겠다는 대학

결국 UCEA와 UCU가 협상하지 못한 채 영국 전역에서 기말고사가 수차례 취소되었으며, 일부 학생들은 과제 평가를 받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 브리스톨대학, 더럼대학, 웨스트민스터대학의 경우 개강일에 맞춰 교직원 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파업으로 인해 급여가 전액 공제된 리즈대학 교직원들은 무기한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영국] 교직원 '채점 파업'으로 대학생들 학위 없이 졸업하나
UCL, 더럼, 에든버러를 포함한 대학들은 보이콧에 대응해 모든 학점이 반환될 때까지 임시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대학교육노동조합

UCL, 더럼, 에든버러를 포함한 대학들은 보이콧에 대응해 모든 학점이 반환될 때까지 임시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킬대학은 과제 일부만 평가된 경우에도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교직원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학업 기준을 타협하겠다는 방침에서 나온 것으로, 이미 경쟁이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본의 아니게 학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 갱신을 위해 학위가 필요한 유학생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리학, 화학 등 인증이 필요한 분야의 학위는 무효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UCEA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 '긴급 시험 태스크포스'를 발족했으며, 더럼대학에서는 강의 자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과제물을 채점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부총장이 직접 미술사 과제를 채점하는 일까지 맡았다.

전국의 대학이 학위 스캔들 직전에 서 있지만, 대학 경영진이나 정부 모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피해는 대학생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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