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가 확산되면서 일본에서는 손으로 한자를 정확히 쓰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일본문화청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의 일본인이 손글씨를 힘들어했다. 응답자의 90.6%가 디지털기기의 확산이 일본어 사용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그중 89%는 손으로 한자를 정확하게 쓰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여론조사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16세 이상 6,000명을 대상으로 언어 사용, 신조어 사용, 숙어 의미 등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었다. 한자 쓰기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응답자의 89.4%가 '손으로 쓸 기회가 줄어든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32.3%는 '긴 문장을 읽을 기회가 적은 것'을 꼽았다.
특히 이러한 영향은 청소년에게 두드러졌다. 한창 글씨를 쓰며 학습해야 할 연령이지만, 스마트폰에 몰두한 탓에 손글씨는 점점 쓰지 않는 것.
조사결과를 발표한 일본문화청은 손글씨가 한자를 배우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며 디지털 기기에서 문자를 적절하게 변환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디지털기기가 보급되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쓰기 힘들어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터치스크린 기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에서 연필이나 색연필을 쥐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은 탓에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소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직업 치료사 피오나 릴리는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를 통해 “아이들이 디지털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연필 쥐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릴리는 “지난 5년간 연필을 쥐고 글씨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증가했다”며 “이대로라면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글씨를 쓸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발달치료사 제니 앤드류 또한 미세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연필은 물론 가위와 같은 도구를 잡는 법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제니 앤드류는 “아기들이 가장 처음 배우는 동작이 바로 엄지를 스크린에 스치는 것이다. 이런 동작으로는 연필을 쥘 때 중요한 검지 힘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엄지와 검지, 중지를 사용해 연필을 잡아야 하는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주먹으로 연필을 잡는다. 연필 쥐는 것조차 힘든 탓에 글씨를 조금만 써도 손이 아프다.
손글씨에 자신이 없어진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부모들 또한 펜을 덜 사용하면서 최근 몇 년간 자신의 글씨체가 나빠졌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손글씨를 이어갈 필요는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에 따르면 손으로 글을 쓸 때 인지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자리에 앉아서 손글씨에 집중하려면 팔과 어깨 힘, 코어근육을 모두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