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성적 평가, 교사 아닌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럿 나오는 가운데 학생들의 성과 및 성적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전면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교육혁신 단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연구소의 토마스 아넷 선임연구원은 교사가 학생 교육과 학업 성취도 평가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갈등이 내재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체조 코치가 대회에서 자신이 지도를 맡은 팀 연기를 채점하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이해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설명했다.

기존의 초중고 교육에서 교사는 많은 일을 담당한다. 효과적인 수업을 설계하고 전달하며, 학생의 학습을 평가하고, 교실 내 행동을 관리하고, 학생 및 가족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넷 연구원은 교사의 역할을 줄이고 이러한 책임을 전문가로 구성된 팀에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수가 부족한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평가자로서 교사 역할을 재고하고 두 가지 책임을 분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연구소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교육자와 평가자의 역할을 모두 병행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4가지 이유를 정리했다.

1. 부정확한 채점 방식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심리 측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교사가 여기에 투자할 시간이나 자료가 부족하다. 수많은 업무를 맡은 탓에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수 있고 부정확한 채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체 평가에 의존할 수 있다.

2. 부적절하고 제한된 피드백

교사의 효율성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반영된다. 그러나 교사가 직접 학생의 성과를 채점하면 교사로서 자신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게 된다. 좋은 성적이 곧 좋은 가르침을 의미한다고 오해하기 쉽고 지금 교수법에 안주하고 개선하지 않을 수 있다.

3. 희생양 삼기

학생은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부진한 성적을 주관적인 채점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자신의 노력을 면밀히 검토하는 대신 교사가 불공정하게 채점했다고 생각하거나 개인적인 편견을 품고 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특히 음악 가창 시험, 미술 실기시험의 결과를 두고 학생들끼리 교사가 특정 학생을 편애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4. 관계에 대한 압박감

교사는 학생 및 학부모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학생의 성적을 매기는 방식은 때때로 이러한 관계에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단체로 교사에게 관대하게 채점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이는 성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평가 방식이나 성적에 학생의 성과를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한다. 또한 학생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교사가 많지만, 교육과 평가 역할을 분리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기술을 활용하고 새로운 인력 배치 모델을 고안하면 더욱 강력하고 정확하며 편견 없는 평가 및 채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학생들이 교사가 설계한 온라인 활동과 대면 활동을 혼합해 참여하는 학습 환경을 상상해보자.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인 피드백과 즉각적인 기본 지식 평가를 받는다. 더 깊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요하는 과제의 경우, 전문 채점자가 학생의 과제를 검토하고 채점한다. 아넷 연구원은 “기계 채점 평가와 사람의 평가를 결합하면 학생의 학습 및 성취도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디.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완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다. 하지만 잠재적인 이점은 분명하다. 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통해 교사가 여러 역할과 책임을 맡는 대신 학생들을 지원하고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넷 연구원은 “교육 패러다임을 재정의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