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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이뉴스의 제언] 제대로 클 기회 놓친 ‘코로나 키즈’ 국가 차원에서 돌봐야

김성은 2023-06-09 00:00:00

코로나로 사회적 배제, 정서적 피해, 성장 기회 상실
[아이이뉴스의 제언] 제대로 클 기회 놓친 ‘코로나 키즈’ 국가 차원에서 돌봐야
팬데믹 기간 아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에서 혼자 놀아야 했다. 학교 운동장, 아파트 놀이터, 공원 등 곳곳이 출입금지 구역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은 마스크와 확진자 수에 가린 채 발달 기회를 박탈당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배제, 정서적 피해, 성장 기회 상실로 인해 '코로나 키즈'라는 용어가 생겼다.

아이이뉴스에서는 코로나19로 3년 넘게 일상을 통째로 잃어버린 세대 ‘코로나 키즈’에 주목해왔다. 코로나19로 더 소외되고 마음에 상처를 입고 힘들어진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과 지역사회, 국가가 나서야 한다.

영유아 3명 중 1명은 언어발달 지연

마스크 쓴 탓에 언어발달 골든타임 놓쳐

[아이이뉴스의 제언] 제대로 클 기회 놓친 ‘코로나 키즈’ 국가 차원에서 돌봐야
아이들은 언어 지연 외에도 신체 발달 지연, 정서적 문제, 사회성 발달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유니세프 

2022년 12월, 서울시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함께 만 0~5세 아동 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스트코로나 영유아 발달실태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33%(456명 중 152명)가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52%(237명)의 아동만 모든 영역에서 정상적인 발달을 보였다. 약 15%(67명)의 아동은 발달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가정에서 양육한 유아(총 86명)의 경우, 3명 중 1명이 언어발달 지연의 징후를 보였다.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성인의 입 모양과 표정을 따라하며 언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아이들은 언어 지연 외에도 신체 발달 지연, 정서적 문제, 사회성 발달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이 폐쇄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 야외 놀이 감소, 원격학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의 정서적, 학업적 공백보다는 '확진자 수'에만 집중한 탓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만나지 못하고 방 안에서 홀로 영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정서적, 학업적 공백보다는 '확진자 수'에만 집중한 탓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만나지 못하고 방 안에서 홀로 영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장 큰 원인으로 유난히 길었던 휴교를 꼽았다. 당시 확진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학교가 폐쇄됐다. 학생들의 정서적, 학업적 공백보다는 '확진자 수'에만 집중한 탓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만나지 못하고 방 안에서 홀로 영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경우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시교육청 학생건강검사 자료에 따르면 과체중-비만 초등학생 비율은 2019년 26.8%에서 2021년 32.9%로 증가했다. 2년간 6.1%p나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로나19의 주요 후유증인 비만과 영양 불균형은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기준 저체력 ‘4, 5등급’ 비율이 크게 늘었으며, 소아 비만이 늘어난 탓에 성인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 위험도 커졌다.

가림막 치고 혼자 논 아이들

어떻게 놀아야 할지 갈피 못 잡아

팬데믹 기간 아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에서 혼자 놀아야 했다. 학교 운동장, 아파트 놀이터, 공원 등 곳곳이 출입금지 구역이 됐다. 층간소음 때문에 집안에서도 신체 활동을 자제해야 했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게임, 유튜브에 매달렸다. 학교가 대면수업을 재개했지만, 가림막을 치고 혼자 놀아야 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구들끼리 접촉을 최소한으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년이 넘게 지났다. 이제 아이들은 놀 시간과 놀 공간이 있어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른다. 또래와 논 경험이 없는 탓이다.

모든 아이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코로나 키즈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놀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제대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유니세프 
모든 아이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코로나 키즈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놀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제대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유니세프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따르면 모든 아이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당사국은 문화 예술 활동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하며, 문화·예술·오락활동을 위해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 제공을 촉진해야 한다.

코로나 키즈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놀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제대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전보다 아이들의 신체 활동은 줄었고 비학습적인 영상 노출 시간이 늘었다. 알래스카공중보건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전보다 아이들의 신체 활동은 줄었고 비학습적인 영상 노출 시간이 늘었다. 알래스카공중보건부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아이들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학력이 크게 떨어졌다, 읽기와 수학 능력 점수가 과거로 돌아갔다, 특히 빈부 격차에 따른 성적 차이가 심화되었다,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불안이 심해졌다는 여러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 키즈

대규모 조사 및 빅데이터 기반 지원해야

코로나19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학업 성취도, 정신 건강,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지역사회 및 기타 이해관계자의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생존, 발달, 보호, 참여 등 아동의 기본 권리를 지지하는 아이이뉴스는 자유로운 어린시절을 잃어버린 코로나 키즈를 위해 정부의 대처를 촉구한다.

 학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아동 발달에 필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니세프 
학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아동 발달에 필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니세프 

첫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마스크를 벗는 것이 두려워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상담 서비스,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부모가 자녀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2021년 10월 호주는 세계최초로 어린이 정신건강 통합 정책을 발표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장기적인 국가 건강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 모든 유아를 대상으로 전문기관의 발달 검사를 실시해 성장 정보를 부모, 교사 등과 공유해야 한다. 발달 지연이나 장애가 있다면 조기 진단과 개입이 중요하다.

셋째, 코로나19의 영향에 관해 국내에서 실시된 조사는 극히 일부분이다. 전국 단위로 대규모 실태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단기간 학업능력이 떨어진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 키즈가 성인이 될 때까지 영향을 계속해서 두고 보는 심층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 키즈의 성장, 정서, 학업 발달을 체크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식별해 치료 및 추적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며 영향 받은 아이들. 그 영향은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더 컸다. 세계경제포럼 
학교가 문을 닫으며 영향 받은 아이들. 그 영향은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더 컸다. 세계경제포럼 

넷째, 학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아동 발달에 필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팬데믹 상황이 오더라도 학교의 휴교만큼은 최소화해야 한다. 학교 문을 닫는더라도 아동의 발달과 보호가 충분히 보장되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결국 국가차원에서 아이들의 신체, 정서, 사회성, 언어, 학습능력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조사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지원 사업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세상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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