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 변화가 잦고 우울과 분노, 정서불안정, 충동적인 특징이 보인다면 경계성인격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평생 유병률은 1~1.5% 정도로 분노와 우울 상태의 극단을 오가기 쉽다. 분노와 충동성, 정서 불안 등 ADHD와 유사한 증상을 갖고 있어 ADHD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의과대학의 임상 심리학 박사 로베르토 올리바디아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경계성인격장애(BPD)는 겹치는 증상들이 있어 명확히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올리바디아 박사는 경계성인격장애를 특징짓는 8가지 증상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의 8가지 증상 중 5개 이상이 성인 초기부터 나타나야 경계성인격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
#1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
경계성인격장애 특징 중 하나는 버림받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 거절이나 지속적인 이별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나 사건을 잘못 해석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 시간에 몇 분 늦으면 친구가 자신을 피하려고 한다고 생각해 화가 난다. 인간관계, 특히 연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교하고 절망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ADHD인 경우도 포기와 거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혼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지루함을 피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극을 찾기 위해서다. 적절한 자극을 받으면 다른 사람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거나 버림받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
#2 불안정한 대인관계
경계성인격장애인 사람은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이상화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즉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편이다. 자신과 타인을 선과 악, 완벽과 불완전 등 극단적인 관점으로 인식해 대인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데이트나 초기 연애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올리바디아 박사는 “상대방을 인생의 영웅, 모든 것의 전부이자 끝이라고 여길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ADHD인 사람도 대인관계, 특히 연애 관계에서 이상화와 평가 절하 경향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다양한 자극 수준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애 초기 도파민 방출로 뇌에 자극이 돼 상대방을 이상화하지만, 익숙해지면 자극이 떨어져 평가 절하하는 것. ADHD와 관련된 대인관계 문제가 일어나지만, 경계성인격장애만큼 심각한 경우는 드물다.
#3 정체성 장애, 불안정한 자아상
경계성인격장애인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아상이 계속해서 불안정하며 목표, 가치관, 의견, 친구 유형 등이 갑작스럽게 변화한다. 관계를 통해 자아상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더 나아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에 비해 ADHD인 사람은 자기인식과 정체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자아감은 좀더 확고한 편이다. 박사는 “ADHD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실행기능 지연은 자기 인식과 정체성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ADHD 성인들이 완전한 성인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거나 스스로를 늦깎이로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4 충동성
ADHD와 경계성인격장애 모두에게 해당되는 특징이다. 다만 경계성인격장애 기준을 충족하려면, 소비, 성관계, 약물사용, 난폭한 운전, 폭식 등 자신을 해칠 수 있는 2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충동성을 보여야 한다.
#5 반복적인 자살 충동 및 자해 행동
경계성인격장애인 사람은 공허감이나 비인격화에 대한 반응으로 자살 행동과 자해를 자주 보인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약 10%가 자살로 사망한다. ADHD에서 또한 자살 위험이 높지만, 죽고 싶다는 욕구보다는 삶을 헤쳐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ADHD 10대 여아는 자해를 할 위험이 더 크다. 이는 감각추구 및 도파민 방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을 완화하고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는 것.
#6 정서 불안정
정서조절장애는 경계성인격장애와 ADHD 모두에서 흔하다. 그러나 경계성인격장애에서는 기분이 더 빠르게 변화하고 일시적이며, 종종 내부 및 외부 요인에 의해 촉발된다. ADHD는 상황에 따른 기분 변화가 더 많고 일시적인 불안정성이 덜한 경향이 있다.
#7 공허감
지속적인 공허감은 경계성인격장애의 중요한 특징이다. ADHD에서는 이러한 감정이 가끔씩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자극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8 분노 조절의 어려움
ADHD인 경우도 격렬한 분노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경계성인격장애 환자는 부적절하고 격렬한 분노를 자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