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로버트 칼리프 국장이 현재 진행 중인 애더럴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주로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ADHD 진단 및 각성제 처방의 증가와 ADHD 환자의 불필요한 각성제 사용의 급증을 꼽았다.
현지매체 웹엠디와의 인터뷰에서 칼리프 국장은 지속해서 이어진 ADHD 치료제 부족의 원인 중 하나가 ADHD 환자의 각성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모든 환자가 진정으로 약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장은 원격의료로 ADHD 진단과 각성제 처방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이 필요한 사람들만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면 애더럴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각성제 처방 및 사용량이 늘어나다보니 한계에 다다랐다. 각성제 처방과 관련해 더 나은 임상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더 나은 임상 기준’은 ADHD 환자에게 약물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ADHD 증상이 성인 환자에게 미치는 상당한 영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ADHD 증상 및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 탓?
올해 말 발표 예정인 성인 ADHD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최초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ADHD 및 관련 장애 전문학회(APSARD)와 협력하고 있는 매기 시블리 박사와 앤 차일드레스 박사는 "성인 ADHD 환자는 양질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의료진 역시 성인 ADHD에 대한 효과적인 근거 기반 진료법을 설명하는 권위 있는 자료를 활용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ADHD 일부 환자들에게는 약물치료가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칼리프 국장의 주장은 단기 및 장기 ADHD 약물 사용의 필요성과 안전성, 그리고 어린이와 성인의 집중력, 충동 조절, 직장 및 학교에서의 성과 향상 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와도 모순된다.
ADHD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인 러셀 바클리 박사는 “각성제는 대다수 ADHD 어린이와 성인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ADHD 환자는 약물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DHD 약물치료와 관련해 수십년간 연구를 해온 윌리엄 도드슨 박사는 “ADHD 각성제를 복용하지 않을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 약물치료를 하지 않은 ADHD 환자는 각성제를 복용한 ADHD 환자보다 심각한 사고 및 약물사용장애가 4배, 수감될 위험이 7배, 계획되지 않은 임신 가능성이 10배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ADHD 치료율 여전히 낮은 수준
상당수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각성제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칼리프 국장의 추론에도 불구하고, 《JAMA 네트워크》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치료율은 일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DHD 증상이 보고된 9세 및 10세 아동 중 12.9%만 지난 2주 동안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의 약 4.1%만 각성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ADHD 진단을 받은 성인의 치료율도 낮았다. 성인의 약물 오남용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
국립약물남용연구소는 2021년 대비 2022년 12학년 학생의 ADHD 약물 사용이 36%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증가는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와 원격학습으로 인해 증폭된 스트레스와 주의력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간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ADHD 치료에 사용되는 각성제를 남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경다양성 전문매체 애디튜드의 애니 레인 로저스는 “청소년의 각성제 오남용은 거의 1년 동안 애디튜드 독자들의 삶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던 만연하고 지속적인 각성제 부족 사태를 설명할 만큼 충분히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ADHD와 원격의료 논란
2020년 3월,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대면진료 요건을 완화하고 원격의료로 의사가 가상 예약을 통해 각성제 애더럴과 같은 스케줄-II 규제 약물을 평가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로 인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원격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 특히 여성 사이에서 새로운 ADHD 진단이 급증했다.
2022년 원격의료 서비스 기업 Cerebral은 의심스러운 처방 관행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방 조사를 받게 됐다. ADHD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원격 의료 회사들로 인해 최근 각성제가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내린 ADHD 진단의 유효성을 확인하거나 부정하는 연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ADHD를 과잉 진단하고 각성제를 과다 처방했는지, 아니면 팬데믹 이전에 대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성인 환자들의 억눌린 수요를 따라잡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성은 ADHD 고정관념, 사회적 낙인, 의료진의 편견으로 인해 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원격의료를 통해 ADHD에 대한 각성제를 포함하여 삶을 변화시키는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수차례 보고해왔다.
"각성제가 꼭 필요한 사람만 처방받을 수 있게 되면
애더럴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각성제 처방과 관련해 임상 기준이 필요하다"
-FDA 로버트 칼리프 국장
애더럴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환자옹호단체와 입법의원들은 FDA와 DEA간의 조율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아비게일 스팬버거 하원의원(버지니아주)은 인위적으로 낮은 각성제 생산 할당량과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다른 장애물들을 해결하기 위해 FDA가 DEA와 협력하여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다른 20명의 국회의원도 DEA에 서한을 보내 새로운 원격 의료 및 처방 규칙을 제정하고, 생산 할당량을 설정할 때 수요 증가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칼리프 국장은 "제네릭 의약품 제조업체의 시장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이 항상 부족하다"며 "회사가 해당 의약품을 만드는 사업에 진출할 만큼 충분한 수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애더럴 부족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칼리프 국장의 발언에 대해 각종 단체와 시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각성제 과다 처방과 남용이 만연하고 있다는 주장은 ADHD 증상에 대한 인식이 낮고 치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