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한 마을이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최근 아일랜드의 해안도시 그레이스톤스에서는 집단적인 의사 결정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해결하고 또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마을의 학부모와 학교가 공동으로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스마트폰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특파원 로리 캐럴은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그레이스톤스 지역 내 8개 초등학교 학부모회가 끊임없는 스마트폰 요청에 대해 이와 같이 단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해당 교육구의 학부모 로라 본은 "집단 결정을 내리니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아이의 요구를 거절하기 훨씬 쉬워졌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없이 어린시절을 좀더 보낼 수 있을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아이들이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5월 지역 내 학부모와 학교는 공동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로리 캐럴 특파원은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늦추기 위한 집단적인 행동은 새로운 시도다. 한 도시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은 드문 사례다”라고 말했다.
이 자발적 협약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학교, 집, 그 밖의 모든 곳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무화한다. 이 규칙을 지역 내 어린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지역사회는 아이들이 겪는 분노와 또래 압력의 가능성을 완화할 수 있다.
세인트패트릭 초등학교의 교장이자 이번 협약의 추진자인 레이첼 하퍼는 “9세 된 어런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어한다”며 “스마트폰을 달라고 요구하는 시기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에서는 교내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했지만, SNS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눈에 띄게 드러났다. 하퍼 교장은 "마을 전체의 정책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또래 친구를 사귈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제 학부모는 이 규정을 학교 규칙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톤스 지역의 협약은 아일랜드의 스티븐 도넬리 보건부 장관뿐 아니라 전 세계학부모협회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스티븐 도넬리 장관은 이 협약이 전국적인 정책의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퍼 교장은 또한 이 협약이 아이들의 불안감 증가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언급했다. 얼마 전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불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커뮤니티 이해관계자 회의를 거쳐 온 마을이 협력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모든 부모가 초등학생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데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하퍼 교장은 "앞으로 이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학부모인 니키 배리는 공동 협약의 긍정적인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한다.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아이도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망을 하거나 의구심을 보인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러한 집단적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패트릭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10세 학생 제인 카파티나는 스마트폰을 받기까지 2년을 더 기다려도 괜찮다고 말한다. 카파티나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 하지만 중독되기는 싫다”고 말했다. 여동생 레이첼 또한 이 협약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폰 사용 금지에 뜻을 모은 그레이스톤스의 독특한 협약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전 세계 학부모들에게 영감을 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드러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문제에 대처하려면 여러 가정과 학교가 공동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