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청소년 대부분 통합교육을 받지만,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학술지 《한국청각․언어장애교육연구》 최근호에 청각장애 조기진단과 청각 보조장치 발달로 인해 청력 손실이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통합교육을 받지만, 학생들을 향한 학습적, 정서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2022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국내 청각장애 특수교육 대상자는 총 2,961명이다.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약 20%(597명) 정도이며, 나머지 80%(2,364명)는 일반학교에 다닌다. 특히 일반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 학생 중 특수학급에 배치된 경우는 28.6%에 불과하다. 나머지 71.4%(1,689명)는 전일제 통합학급인 일반학급에 배치돼 일반 학생과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수아동교육연구》에 실린 ‘청각장애 청년의 학교생활 경험과 삶의 질에 대한 연구’에서도 학생들의 학습적, 정서적 요구에 대한 배려 없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통합교육을 배치한 것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학교생활 부적응, 의사소통 어려움, 집단 따돌림 및 다툼,
교사와 학생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통합교육을 받는
청각장애 중고등학생은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
통합교육을 받던 청각장애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시 청각장애 특수학교로 복귀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중고등학교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학교생활 부적응, 의사소통 어려움, 집단 따돌림 및 다툼, 교사와 학생들의 인식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진은 2021년 12월~2022년 2월, 통합교육을 받는 중고등학교 청각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해 학교생활 만족도와 교육 관련 요구사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상당수가 학교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로 학교생활에 불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물리적 환경 면에서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앞자리에 앉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배려는 거의 없었다. 마이크 사용은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닌 교사의 필요 때문이었다. 청각장애 학생 요청으로 FM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요구의 부담감, 사용상 불편함이 있었다.
일반 학급에서는 모둠 및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청각장애 학생에게는 난관으로 작용했다. 자연스럽게 수업 중 소음이 발생하고 발화자를 알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말소리가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고 비언어적 요소를 알아볼 수 없어 소통이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과목이 다양해지고 이동수업을 하는 일도 있어서 수업 및 평가의 어려움이 있었다. ‘듣기’가 중요한 영어, 음악 등의 교과목은 일반 학생들에게 맞춰 커리큘럼과 평가방식이 정해지기 때문에 청각장애 학생은 갈수록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청각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곤란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무조건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과도하게 배려하는 일도 있었다고.
그동안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청각장애 학생에게 통합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연령이 어릴수록 특수학교에 다니는 경우보다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적 성숙도가 더 발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연구의 대부분은 조사 대상이 유아와 초등학생이다. 통합교육을 받는 초등학생은 대체로 학교생활에 만족도를 보였지만, 그마저도 나이가 많을수록 만족도는 떨어졌다.
결국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은 연령별로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사 대상 학생들이 잘 들을 수 있는 물리적 환경, 장애 특성을 고려한 수업과 평가방식의 변화, 당당하게 지원을 요구하는 분위기, 장애 정보의 접근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으로는 청각보조장치에 적합한 스피커 교체, FM시스템, 자막 변환 프로그램 구축 등이 있다. 또한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긍정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는지 관찰 및 상담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일반 교사가 청각장애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만큼 통합교육에 관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학교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불만족은 학생의 정서적인 불안과 위축으로 이어진다. 향후 사회생활의 어려움으로도 이어지므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