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는 15일, 서울의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내용의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하고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를 두고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찬성론과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반대론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를 두고 시의회와 시교육청은 갈등을 빚어왔다. 현재 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교육청은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시의회 소속 서울교육학력향상특별위원회가 이 조례안을 제안했고 시교육청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세 차례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는 지난 3월 10일에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시교육청은 4월 3일에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달 3일에 다시 조례를 통과시켰고 시교육청은 지난 9일에 대법원에 제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례가 시행되면 2016년 이후로 7년만에 서울의 초중고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공개될 것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공개되다 2017년부터 결과 공개가 중단되었다.
시의회 직권 공포, 시행되면 7년 만의 공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해당 조례가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는 법령을 준수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재의결된 조례”라며, “기초학력 보장 업무는 명백한 자치사무이며, 학교별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는 법령 위반과 무관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교육감이 본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한 것은 시민의 정보 접근권과 공교육 정상화 시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라며 “기초학력 보장은 학생들의 기본 인권으로, 진단 없는 처방은 어불성설”이라며, “서울시의회는 앞으로도 서울 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서열화 조장
반대 의견도 많다. 시교육청과 진보 성향 교원단체 등은 이 조례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이 국가(중앙정부) 책임이기 때문에 시의회 조례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개는 교육기관 정보공개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서울시의회 임규호 의원은 16일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기초학력보장 지원조례에 대해, 대법원 송사 중에 조례를 공포한 국민의힘 출신 서울시의회 의장을 규탄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의원은 "서울 공교육이 후퇴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시행 및 공개를 중심으로 한 이 조례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과 학부모의 우려가 있었다. 학교 서열화를 가속화하고, 학생 개개인을 우열화하며,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이 조례가 법적 쟁송 중에 있다는 것이다.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조례 공포를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조례의 효력은 즉시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조례를 직권 공포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