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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이후 자폐 진단이 더 위험 "유아 때 발견이 최선"

김성은 2022-09-29 00:00:00

[출처=PEXELS]
[출처=PEXELS]

성인기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진단받은 사람들보다 정신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거의 세 배나 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련 논문은 학술지 《AUTISM RESEARCH》에 8월 27일 실렸다.

뉴저지주 럿거스대학의 성인자폐학 수석 연구원인 바네사 발 박사는 “자폐 진단을 언제 받았느냐에 따라 정신질환 발병률이 상당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럿거스대학의 새로운 연구는 자폐증 성인 4,657명(여성 2,826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21세 이후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2,210명의 참가자가 아동기에 자폐증을 진단받은 사람들보다 기분, 불안, 성격 또는 섭식장애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2.7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인기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 3가지 정신질환 문제를 갖고 있었다. 특히 여성 자폐증 환자가 남성보다 불안이나 정서장애, 섭식장애 등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1.7배 더 높았다.

바네사 발 박사는 “다른 질환으로 오진된 것인지 혹은 자폐증 진단을 못 받았기에 불안이나 우울증 등이 심화됐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두 요인 모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버지니아대학 미카 마주렉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자폐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진단 도구 및 과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시에 자폐증을 진단받지 못하면 결국 적절한 교육이나 서비스, 지원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질환을 겪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쌓아갈 기회, 자기 이해도를 높일 기회를 모두 놓치고 정신건강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미 이전에도 자폐증 성인에게 정신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은 “자폐증 성인이 직면한 정신건강 위기”라고 강조했다. 발 박사는 “자폐증 성인을 도울 수 있는 훈련된 정신건강 임상의가 부족하다. 역량이 낮거나 자폐증 성인을 대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자폐증을 진단받은 이후에도 자폐증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정신건강 문제가 동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는 연구 참여자의 70%가 백인이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포함돼 일반적인 자폐증 성인에게 모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자폐증 오진이나 진단 지연이 어떤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무살 이후 자폐 진단이 더 위험 유아 때 발견이 최선

 

자폐증을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단순 언어지연, 유사자폐, 미디어증후군, 반응성애착장애, 우울장애 등으로 잘못 진단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자폐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임상적으로 잘 훈련된 전문가가 적은 것이 요인이다.

잘못된 진단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단순 언어지연'이라 생각한 부모는 신경 써서 언어교육만 하면, 시간만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결국 적절한 치료는 늦어진다. 일반적으로 만 3세 이전에는 자폐 진단을 하기보다는 '발달지연'이며 재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자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이가 크면서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재검사를 미룬다.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떨어져 교우관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학업을 잘 따라가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사회성과 독립심이 부족해 개인적으로 겪는 고통이 클 수 있다. 럿거스대학의 연구결과는 자폐 진단을 받지 못한 성인이 고통을 느끼고 정신질환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하루라도 빨리 자폐증 진단을 받고 다양한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다. 자폐증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도 높다.

자폐연구단체 AUTISM SPEAKS의 유아자폐검사표(M-CHAT)에 따르면 영유아에게서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생후 12개월까지 옹알이를 하지 않는다 ▲생후 12개월까지 사물을 가리키지 않고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지 않고 손을 흔들지 않는다 ▲만 1세 이후 자기 이름을 들어도 반응하지 않는다 ▲생후 16개월까지 단어를 하나도 말하지 못한다 ▲생후 24개월까지 의미가 있는 두 단어로 문장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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